S

유 진 정 2016. 7. 24. 07:29

뜬금없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초등학교 다닐때 같은 반이였던 남자애 생각이났다. 

S는 얼굴이 하얬고 또래에 비해 체구가 아주 작았다. 목소리도 생긴것도 유아적이여서 처음 반 배정을 받았을때 왠 유치원생이 있나하고 깜짝 놀랐었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본것은 아니지만 유순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던것으로 기억한다.


하루는 운동장 조회 중 S가 불려나가 상을 받았다. 

소풍 도중 저혈당쇼크로 쓰러진 당뇨환자를 목격한 S가 아이답지 않은 처신으로 사탕과 물을 주어 사람을 살린것이었다. 목숨을 구한 당뇨환자는 이 침착한 아동을 치하해 주십사하는 편지를 학교로 보냈고 교장은 S에게 표창장을 수여하였다.


몇년이 지나 중학생이 된 나는 S와 다시 한번 같은 반이 되었다. 

조별과제가 할당되었는데 나와 S는 같은 조에 소속되어 있었다. 조원들은 S의 집에서 과제에 필요한 궤도등을 만들기로 했고 모두 모여서 출발하다보니 S의 집에 도착한 시각이 예정보다 10분쯤 늦어졌던것 같다.


S의 집은 어두웠다. 늦은 오후였는데도 불이켜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S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러갔다. 

S의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가 길었던것 같은데 우리를 보자마자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왜 약속시간에 늦었냐며, 자기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냐며 악마처럼 소리를 질렀다. S는 울것같은 목소리로 엄마 제발 이러지마라고 애원하였고 아이들은 모두 기겁을 하여 신발도 못신은채 그집에서 도망을 나왔다. 


신발을 손에들고 계단을 향해 달려가며 나는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S가 예의 그 파리하고 어린 얼굴로 도망가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데 그후로 누구도 S의 어머니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고 S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던것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