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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유 진 정 2016. 10. 4. 16:05

뉴질랜드 여행중 교통사고가 난적이 있다. 

왼편에서 달리던 소형차가 갑자기 핸들을 꺾어 내가 타고 있던 버스 옆구리를 들이박은 황당한 사고였는데 천만다행으로 다친사람은 없었음

소형차에서 내린것은 아시안 관광객 커플이였는데 영어를 못하는지 경찰이 사고경위 조사 하는 동안 담요 뒤집어쓰고 눈만 굴리고 있었고 대신 버스기사가 설명을 열심히 끝낸 뒤 심장을 움켜쥐고 옆으로 쓰러짐

 

당시 처음 든 생각은 아니 뭐 이정도 사고 가지고? 였는데 곧 스스로의 무신경함에 혼자 민망해졌다. 

수십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와 나의 포지션은 완전히 다른 것이였던 것이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을 보다보니 이날 일이 생각났다. 

 

설리는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걸어다니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캐릭터이다. 

과묵함, 철저한 자기관리, 뛰어난 판단능력을 갖춘 상남자이기도 하지만 관람객들로 하여금 오오 설리님을 외치게 만드는 포인트는 역시 그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것 때문인듯

책임감 없는 마초 = 혐오물질 / 책임감 있는 마초 = 멋짐 모 대충 이런식으로 여겨지는듯

 

갠적으론 죽다 살아나자마자 마누라한테 전화걸어서 침착하게 상황보고 하는 장면이 인상깊었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의 보상장면들은 뭔 프로파간다 영화 보고있는거 같아서 좀 껄끄러웠는데 모 그것도 결국 설리의 행위가 얄량한 영웅심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던거 같고 암튼 잘만든 영화였음

 

+ 랜딩 후 펼쳐지는 구조씬을 보다보면 세월호가 생각날수밖에 없어서 그런지 이준석 선장이랑 설리를 비교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그 둘을 비교하는건 가혹한거 같다. 설리는 평생 정석으로 돌아가는 업무환경에서 job을 수행해온 사람이고 이준석 선장의 경우 과적운행 등 불법이 난무하는 시장안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이지 않은가? 애시당초 다른 부류의 인간이였을수도 있겠지만 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쌓을수 있었던 구성원과 그렇지 못했던 구성원의 차이도 있었을것이라고 봄 

 

++ 영화에 나오는 스튜어디스들이 아줌마인 점이 아주 맘에 들었다. 도대체 왜 비행기 승무원들이 예쁘고 젊어야 된단 말인가 에티하드 항공 이용했을때 승무원 중 다수가 건장한 아줌마들이였는데 태도에 여유가 넘치고 백전노장 느낌이라 비행 내내 넘 든든했음

 

+++ 영화보고 나오면 약 한시간정도 모범시민이 되는 느낌임. 사회와 소시민들에 대한 애정이 솟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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