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
그것을 시작부터 지켜본 나의 부모는 그것이 상당히 이상한 일이라 판단하여 비밀에 부치기로 했고, 내가 말을 떼기 시작하자 나의 특이체질에 대하여 남들에게 털어놓지 말라는 교육을 시켰다. 배움이란 틀리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체벌은 매우 기계적으로, 신체에 손상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랜기간에 걸쳐 이루어 졌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의 부모의 체벌이 순간적 감정에 의해서가 아닌, 철저한 계산하에 이루어 졌다는 사실만은 언급해야겠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아동학대자로 불리우는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럭저럭 순종적인 아이로 자라났고 잠을 자지 않는다는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평범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살다보면 자는척이라는것을 해야할때가 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3학년때 학교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가게되었다. 나의 특이체질을 걱정한 부모는 가지 않는것이 좋지 않겠냐 권유했지만 캠프라니! 자연속에서 밤을 지샌다는 사실에 나는 완전히 흥분한 상태였음으로 고집을 부렸다. 나는 더이상 유아가 아니였음으로 부모님은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평소에 무턱대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기때문에 가능했던 일일수도 있다.
집에서는 부모님이 잠든 사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도 하고, 밤산책을 하며 내가 살던 주공 아파트 단지내 고양이 개채수를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내가 몰래 밤외출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부모님은 오후 11시 이후 본인들의 지문이 없이 현관문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잠금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더욱 많은 책들을 주문해 주었다.
가끔은 부모님의 방에 들어가 그분들의 자는 얼굴을 관찰하기도 했는데 한번은 재체기를 하는 바람에 엄마가 잠에서 깨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엄마는 잠이 오지 않아서 그러는구나, 라며 나를 부둥켜 안고 엄마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 전원에서 보낸 유년기의 이야기는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엄마가 밤새도록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했지만 엄마는 늘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잠들어 버리곤 했다.
캠프장 베이스먼트에서의 이탈은 엄격하게 금지되어있었다. 우리는 숙소에서 굴비처럼 나란히 누워 잠을 자야했는데 귀신이야기와 진실게임을 끝으로 모두가 잠들어버렸다.
나는 너무나 심심했다. 하지만 섣불리 행동했다간 다른 아이들이 나의 특이체질을 눈치챌 수 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침까지 다른 아이들처럼 가만히 누워있기로 결정했다.
지루함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누운 상태에서 언젠가 책에서 읽은 명상이라는 것을 시도해 보았고 그것은 상당히 놀라운 경험이였다. 이른 아침 친구들이 나와 아직 잠든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 치약을 짜서 발랐지만 명상에 너무나 깊게빠진 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밤시간에 하는 명상은 나의 취미가 되었는데, 그것때문인지는 몰라도 14세때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잠을 자지 않는다는걸 사람들에게 말해서는 안된다고 학습한 나였기에 초능력은 당연히 숨겨야만 하는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