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여성이에요

오만과 편견

유 진 정 2017. 1. 31. 01:08

싹퉁바가지 없는 부자남주 (사실은 진국) + 보잘것 없는 젠트리집안 여식 여주 (씩씩함) + 망신살 뻗치는 여주의 가족들 

18세기 영국판 오렌지보이 ㅇㅈ? 

몇차례 정독을 시도하다가 몬가 거슬려서 때려쳤는데 이드에서 다아시 다아시 하던것도 생각나고 해서 이북으로 읽어봤다. 

뭣때문에 거슬렸는지 알았음. 이 당시 딸들의 삶은 너무 비참함. 괴상한 상속시스템 덕에 부친의 재산은 남자 사촌(찌질이)에게 넘어가도록 되어있고 모친은 딸래미가 남자랑 눈맞아서 집을 나가자 다른 딸들 혼삿길 막힐까봐 딸래미의 자결을 기원 ㄷㄷㄷ 

그래놓고 그 딸래미가 도피상대(병신임)와 결혼을 한다고 하자마자 아아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드디어 딸 하나를 치웠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함. 그러다보니 여기 등장하는 여캐들은 인생의 목표가 죄다 결혼임. 결말도 여주가 부자남주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순정만화 읽다보면 거슬리는 점도 그건데 소년만화 주인공들의 인생대주제가 모험이나 농구등 자아실현인데에 비해 순정만화 주인공들의 인생 대주제는 허구헌날 연애와 결혼.. 물론 모두 중요한 것들이지만 그것이 인생의 1순위가 되어버리는것은...

나와 생년월일이 같은 친구 모양은 가끔 통화를 하다 연애이야기가 나오면 말하다 말고 지혼자 브레이크를 검. 그리고 미안하다 오랜만에 전화해서 기껏한다는게 남자얘기라니. 씁쓸하게 덧붙임. 사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난 모양의 포인트가 몬지 알거 같음. 고등학교때 우리는 1단지 놀이터 화단 뒤편에 쭈그리고 앉아 앞으로 우리가 하게될 세계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음

요시나가 후미의 단편중에 그런게 있는데 중딩 동창 여자애 셋이 모여서 앞으로의 꿈이야기를 함. 그 중 한명이 아주 야심가인데 이제 앞으로 여성이 자립할수있는 시대가 온다, 나는 민간기업에서 정년까지 일하며 뒤따를 소녀들을 위해 길을 닦아놓을것이다 모 그런취지의 발언을 함. 나머지 두소녀는 알게모르게 감화됨. 근데 야심녀는 맨날 어디 한군데를 다쳐있음. 시간이 흘러 야심녀는 진학을 포기하고 왠 글쓰는 대학생 놈팽이랑 연애를 시작함. 그러더니 소녀2를 만나 이새끼 나 데리고 노는거 같다고 팍 임신해서 결혼이나 해버릴까 뭐 그런 꿀꿀한 하소연을 함. 묵묵히 듣고있던 소녀2는 민간기업에서 일할거라고 그랬자나.. 길을 닦아놓을거라고 그랬자나!! 절규함. 그러자 야심녀가 쓸쓸하게 웃으며 넌 아직 애구나. 라고 대답함 

출판사에서 일하던 소녀2는 동료직원들의 대화를 듣다가 불현듯 야심녀가 가정폭력의 희생자였음을 인지함. 중딩때도 아빠가 같이 자야한다고 억지로 눕힌다는 야심녀의 발언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깊이 관여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음. 그리고 가정주부로 살겠다는 야심녀와 그녀의 사업가 약혼자를 만난 뒤 그래 니가 행복하면 된거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옴. 

집에는 소녀3이 보내온 엽서가 도착해 있음. 시청에서 일하고 있고 설겆이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남편과 아옹다옹하고 살고있지만 일은 그만두지 않고 힘내고 있습니다. 라는 내용의 엽서를 손에 듣채 소녀2는 북받쳐오름 

오만과 편견 리뷰 쓴다는게 요시나가 후미 단편 요약이 되어버렸음. 암튼 오만과 편견을 읽는동안 저 소녀2와 비슷한 심정을 느꼈음. 그리고 뜬금없이 제인구달 할머니 얼굴도 떠오르고

제인 오스틴의 시대에서 요시나가 후미의 시대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할머니들이 살고 싸우고 죽어갔을까 모 그런생각을 하니 왠지 울컥하게 되는 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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