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하세요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3041959330332
몇 년 전 아는 언니가 남편이 밥 먹고 설거지를 안해서 항상 자기가 해야한다며 속상해 하길래
그럼 언니도 하지 말아버려라, 굳이 해주고 속상해할 필요가 뭐 있나 조언을 한 적이 있음.
언니는 내가 시도를 안해봤겠냐, 여름에 설거지 한 달 안하고 나니까 싱크대에 생태계가 생겨버리는 바람에 그냥 했다 라며 한숨을 푹 쉼
얼마 전 언니 남편에게서 언니의 요구로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이 일화가 가장 먼저 떠올랐음
J 역시 역시 설겆이를 자주 빼먹곤 했음
식기세척기 있던 집에 살 땐 눈치를 못 챘는데 없는 곳으로 오니 접시가 점점 쌓여가는게 눈에 띄기 시작
나는 굳이 해주고 빡쳐하는 수순을 밟고 싶지 않았음으로 내가 먹은 것만 씻어서 정리를 해뒀는데
자꾸 써야되는 그릇에 눌은 파스타 덕지덕지 붙어있는것도 빡치길래 어느날 붙잡고
너 근데 왜 설거지를 안하냐?????? 물어 봄
너도 안하잖아 저기 그릇 쌓여있는 것 좀 봐라
라는 그의 대답을 듣고 며칠 뒤 나 떠나야겠다 안녕 하니까
J는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 너는 결정을 십 분 만에 내려버리냐며 황당해 했지만 버스는 사실 예전에 떠났다네
하찮아 보이는 설거지의 수행은 사실 졸라 중요한 인간의 덕목 중 하나임
나는 설거지를 대하는 태도에서 인간의 캐릭터가 드러난다고 생각함
왜냐면 설거지라는게 똥싸고 물 내리기와 더불어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뒤처리이기 때문임
같이 사는 사람이 있는데 고의적으로 설거지를 안하는 것은 지가 싼 똥 남이치워주길 바라는 양심종범한 행위라고 생각
언니 남편같은 경우는 내가 더 버니까 적게 버는 니가 뒤치닥거리 해라 모 그런 종류의 보상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미리 합의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함
체크셔츠에 체크바지 입는 인간이랑은 살아도 설거지 안 하는 인간이랑은 살 수 가 없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