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에요

예민한 세로쥐

유 진 정 2021. 4. 18. 16:14

 

 

 

박스에 담겨 전철타고 집에 오던 날부터 가로쥐와 세로쥐는 성격이 달랐다. 

가로는 곧 박스바닥에 털퍽 주저앉아 사료를 와작와작 씹어먹기 시작했고

세로는 집에 도착하여 장안에 집어넣어지기 전까지 납작 엎드린채 사료를 꽉 쥐고(대체 왜?)

부들부들떨며 부동자세를 유지했음

 

지금도 둘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데, 쥐장 문을 열면 가로는 헐레벌떡 뛰어나와 손을 핥으며 반기고

세로는 쓰다듬을라 치면 고개를 팩 돌리거나 두 손으로 내 손가락을 쳐냄.

어떨땐 그자리에서 제자리 점프를 하여 180도로 몸을 돌리고 온몸으로 외면  

 

세로쥐는 보면 기괴한 짓도 많이함.

일단 대부분의 사고는 이새끼가 다 쳤고 (e.g.냉장고 선 뜯어서 합선내기. 세탁기 호스 망가뜨리기 등)

쥐장 치울때 휴지넣어서 바닥 닦으면 손을 쫓아다니며 공격하며,

이갉이용 장난감 넣어 주던 날은 급기야 엄지손가락을 있는 힘껏 깨무는 바람에 피를 봄.

 

그 날은 정말 섭섭해서 앞에 세워놓고 오분동안 얘기함. 대체 왜그러는거냐고. (물론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뉘앙스가 전달되길 바라며)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세로쥐는 가로쥐에 비해 나랑 덜 친함

 

나는 유년기의 가로와 세로에게 공평한 간식과 애정을 지급했음으로

둘의 성격차는 전적으로 유전자에서 온 것이라고 믿고 있었음.

그런데 어젯밤 생각을 좀 달리하게 된 계기가 생김.

 

가로쥐는 언제나 그루밍에 진심임. 나한테도 너무 열심히 해주는 바람에 손발톱을 몇번 작살냄 

 

그리고 어젯밤 둘이 나와서 놀다가 가로가 세로 그루밍 해주는걸 봤는데 그 모습이 영.. 폭력적이었음.

 

싫다는 세로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고오더니 이빨로 털을 빡빡 골라줌. 그것도 얼굴부위만 집중적으로

세로는 아픈지 한두번 찍찍거리다가 포기하고 좀 뜯겨도 안아픈 부위를 대주고 있었음.

 

그래서 어쩌면 세로의 저 기괴하고 예민한 성격의 일부는 가로쥐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예민한 유전적 성향 - > 입 짧음 -> 가로보다 덩치 작아짐 -> 몸싸움에서 짐 -> 강제 그루밍 당하며 고통받음 -> 더 예민해짐 의 악순환

 

암튼 그거 보니까 기를 살려놔야 되겠다 싶어서 일단은 칭찬을 하고있음

원래 가로만 안고 걸어다니면서 최고의 쥐라고 불렀는데 (세로는 안 안기니까)

어제는 세로 들고다니면서 똑같이 해봤음. 과연 효과가 있을지? 그리고 이런 기사도 찾음

 

www.genomenewsnetwork.org/articles/12_03/novelty.shtml   

 

Worried Sick: The High Price of Being Fearful

Go ahead, worry about people who are always taking risks in life, going bungee jumping or hiking in the Himalayas. But while these people may end up in the emergency room now and again, being timid and fearful also has its costs—at least for rats. Resear

www.genomenewsnetwork.org


하지만 세로쥐의 예민함에도 장점은 있음

내가 집에 데려와야지 하고 젤 처음 마음을 먹은게 세로쥐인데,

간식을 들고 쥐 우리로 향하면 열 네마리의 쥐 중 제일 먼저 알아채고 튀어나오는것이 세로쥐였기 때문에..

 

세로와 가로의 형제들은 그 후 모두 죽음을 맞았음으로 세로쥐의 민감함은 스스로를 구원한 강점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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