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

자유의지라는 착각과 분리뇌 실험

유 진 정 2021. 10. 6. 00:46



스무살짜리 아기엄마가 애를 집에 방치해두고 술마시러다니다 아기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 답글에 아기엄마의 페이스북 주소가 노출되어 있었고 계정에 들어가보니 답글 테러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중이었다
니 길에서 만나면 뒤통수 짱돌로 내리쳐 버린다, 라는 또래 여성의 답글이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대중들이 범죄자나 죄를 지은 유명인들을 보고 서슴없이 돌팔매질을 할 수 있는데에는
나라면 절대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일종의 도덕적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뇌 신경과학자 샘 해리스는 저서 <자유의지는 없다> 에서 그것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같은 뇌를 가지고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인간은 똑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어 있다는 거다.
물리적인 이유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고 거기에 의지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책을 요약해서 올릴까 했는데 더 쉽고 간략하게 정리된 김대식의 인터뷰가 있길래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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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eehint.com/word.asp?no=13425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자유의지란 내가 뭔가를 원했을 때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꼬리물기다. 인간은 팔을 올리는 아주 단순한 결정에서부터 결혼을 하는 대단히 복잡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정을 한다.

그런데 이게 말로는 쉽지만 사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팔을 든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는 등 엄청난 물질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면 내가 뭘 원한다는 것은 비물질적인 것이다.

사실 비물질적인 의도가 물질적인 세상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물리학에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벤저민 리벳 박사가 자유의지와 관련된 실험을 했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몇백 밀리 세컨드 정도의 극히 짧은 시간 전에 뇌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자유의지라고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인데 사실은 나라는 자아가 무언가를 원하기 전에 뇌는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는 내가 무언가를 원해서 선택을 한다.
즉 선호가 있어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뇌과학에서 선택을 먼저 하고 선호를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은 왜 그런 착각을 하도록 만들어졌나.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착각이 없다면 ‘나’와 ‘자아’가 연결될 수가 없다.
매 순간마다 수백 가지 다른 이유들로 선택을 하게 되는데 ‘나’라는 ‘자아’가 있고 그 ‘자아’가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을 했다는 스토리를 만들면 그 스토리를 통해 연관이 없는 점들을 연결시킬 수 있다.
이렇게 점들을 연결시켜주는 선이 결국 ‘나’라는 자아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 자체도 사실은 착각이다.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책임’이라는 개념도 설 자리가 없는 것 아닌가.

책임이라는 개념은 계몽주의의 산물이다. 인간은 자유롭고 선택에 대한 자유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의지란 것이 알고 보니 뇌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미국에 있을 때 한 달에 한 번 보스턴에서 뇌과학자들과 법조계들 모임이 있었다.
판사 한 분이 뉴욕에 있을 때 은행 임원이 부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멀쩡하던 사람이 부인을 살해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 임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두엽에 암이 있었다.
전두엽은 사람의 성격과 선택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그 임원이 자유의지로 부인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뇌가 병에 걸려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판사는 그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 인간의 신경세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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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만드는 나 와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흔히들 알다시피 좌뇌(말과 논리를 주로 관장)와 우뇌(감각,인지능력을 주로 관장)는 수행하는 기능이 좀 다른데,
로저 스페리 라는 신경과학자가 그 두 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끊긴 분리뇌 환자들을 데리고 이런 실험을 했다.

(우뇌가 관장하는) 왼쪽 눈에 <계란>이라는 단어를 순간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 대상자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주장한다. 말을 관장하는 것은 좌뇌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서 여러 물건을 늘어놓고 (우뇌가 관장하는) 왼손으로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집으라고 하면
환자는 계란을 집는다.

그리고 왜 계란을 집으셨나요? 물으면 놀랍게도 '어제 계란을 먹어서요' 라고 좌뇌가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철썩같이 믿는다!

분리뇌 환자들은 왼손과 오른손으로 동시에 각각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어린 분리뇌 환자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니 좌뇌는 제도사라고 대답했고 우뇌는 글자카드를 이용해 카레이서 라고 대답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