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흔들리는 마을버스와도 같아서

유 진 정 2024. 12. 25. 19:23

붙잡을 게 없으면 쓰러지고 만다.

지난 주말엔 결혼식을 그 전 주에는 장례식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무거웠고 가족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결혼식장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고 신랑신부의 눈이 행복으로 반짝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부부가 아기를 둘 데려왔다. 각각 두살 반, 한살 쯤 되었던 거 같다. 
큰 딸이 말을 너무 잘 하고 심지어 사회적인 제스처까지 보여주는 것이 놀라웠다. 
별 이유도 없이 갑자기 껴안아 주길래 감동을 받았고 두 팔로 붙잡은 위치가 너무 낮은게 기분이 묘했다.  
부부는 볼이 홀쭉해지고 눈빛이 깊어졌다. 

한 살짜리의 얼굴을 앞으로 하고, 등을 자기 가슴에 대고 안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쭉 앞으로 빼서 뺨에 뽀뽀를 쪽쪽쪽 때려박은 순간이 있었는데
불시의 습격을 받은 아기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눈을 내리깔더니 소리없이 헤헤헤.. 웃었다. 

아기들은 순수한 만큼 인간의 디폴트 상태를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좋으면 웃고 속상하면 울고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헤어짐의 순간엔 칭얼거리고 

두 시간으로 축약한 인간의 생을 보고있는 거 같았다.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반응하고 작별의 순간을 아쉬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