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유해하다. - 공감의 배신 by 폴 블룸

유 진 정 2025. 1. 21. 15:52

해나는 타인의 기분에 주파수를 맞추는 재능을 타고난 심리치료사다.

당신이 집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해나는 당신의 표정, 걸음걸이, 자세를 읽어낸다.
당신을 보면 먼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라고 물을 것 이다.

하지만 그것은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다.
당신은 아직 외투도 벗지 않았는데, 그녀가 독특한 어조로 당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내놓고 공유하라고 청한다.

그녀의 물음에 단답형으로 답해도, 당신의 말투에 서는 내면의 감정 상태가 묻어난다.
해나는 당신이 대답하기가 무섭게 바로 덧붙인다.

"조금 슬퍼 보이네요.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나요?"

그녀는 당신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불쑥 위안과 염려의 말을 던지고,
마치 거울을 비추듯 당신 기분을 잘 알아주고, 당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고 기운을 북돋워준다.

그런 그녀에게 당신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열게 된다.
해나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게 그녀의 직업이기 때문이 아니다.
해나는 내담자들이나 친구들뿐만 아니 라 심지어 방금 만난 사람들과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은 해나가 자기들을 보살펴준다고 느낀다.
해나는 친구들과 상호신뢰와 상호지지를 바탕으로 우정을 쌓아간다.
해나에게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욕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감하고픈 욕구' 다.

(중략)

배런 코언은 해나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는 이유가 그들을 좋아하거나 존경해서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연민과 친절이라는 도덕 지침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과다각성 때문에,
다시 말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충동'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이 타인의 즐거움과 괴로움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즐거움과 괴로움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듯이,
해나는 타인의 경험을 늘 상상하게끔 타고났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99퍼센트의 관심을 자신에게 쏟고 나머지 1퍼센트를 타인에게 쏟는다면, 
해나는 99퍼센트의 관심을 타인에게 쏟고 나머지 1퍼센트를 자신에게 쏟는다.

이러면 당연히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 전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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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유해하다 - 공감의 배신 by 폴 블룸

'말 좀 예쁘게 해줘' '섭섭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거 같아' 라는 지적을 종종 들어왔다. 하지만 자신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고 이 지점에 있어서 스스로를 바꾸고 싶은 생각도 없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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