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객관의 성취

유 진 정 2025. 3. 14. 20:38

위빠사나의 뜻은 있는 그대로를 보다. 라고 한다.

깨달음의 다른 말은 객관의 성취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객관성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사람을 우리는 미친사람이라고 부른다
남이 하품을 할 때마다 입에서 살인광선이 발사되고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의 세상은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궁극의 객관성을 성취해낼 때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명상코스 후반부로 갈수록 학생들은 민감해진다.
그때 쯤 부터는 감각의 알아차림을 명상홀 안에서만이 아니라, 매순간, 산책을 하거나 밥을 먹을 때도 유지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점점 사람들의 분위기와 걸음걸이가 차분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마치 흙탕물이 담긴 패트병을 흔들지 않고 가만히 두어 불순물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7일 째 저녁 단체명상을 마치고 감각에 집중하며 명상홀 밖으로 가만가만 걸어나왔다.
날씨가 궂었고 찬 바람이 싹 훑고 지나가자 피부의 모공들이 수축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상태로 천천히 산책로를 걷는데 한참 걷다가 아 이래서! 라고 머릿 속으로 감탄을 잠깐 했다.
평소에는 당연히 찬 바람이 불면 몸을 움츠리게 됨과 동시에 불쾌감을 느껴왔다. 인간은 추위를 기피하게끔 진화해 왔고 추위=고통이라는 생각을 수만번 반복하고 살아왔으니 신경 발화 작용이 반사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각에 집중을 하니 불쾌감이 들지 않았고 근육이 딱히 움츠러 들지도 않았다.
그저 추위 속에 던져진 몸의 감각을 뚜렷하게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소신공양 같은 행위가 가능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만 집으로 돌아와 이 알아차림을 유지하는데는 실패했다. 단 5일만에 나태하고 충동적인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다시 시작을 하면 된다는 사실이 내가 띵상으로부터 배운 좋은 것들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