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송00님의 시

유 진 정 2025. 4. 24. 14:56

 

견해 

 

바람이 없어도 낙엽은 떨어지고 
죄가 없어도 사람은 죽는다

세상에는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은 적이 없고
안 일어 날 일이 일어난 적도 없다

기적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지만

살아가는 일도
사라지는 일도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

 

 

 


그릇된 견해

 

한 시인을 좋아했다 
그의 시를 좋아하다 보니 사람도 좋아하게 되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경구와도 같은 첫 구절을 읽고부터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렀다
그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고 남을 비방하며
끝내 절필을 선언해 버렸다

그 시인을 미워했다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시인답지 않다고 사람을 미워했다

그는 비방행위로 인하여  법의 처벌을 받았고
'나는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라고 시적인 표현으로 부당함을 표현했다

나는 그 시인을 좋아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그는 나를 몰랐을 것이다
나를 모르니 내가 그를 좋아하는 줄도 몰랐을 것이고
미워하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이 그는 갈 길을 갔을 뿐이고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나혼자 마음에 들때는 좋아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미워했다

그릇된 견해로 스스로 쳐놓은 거미줄에 걸려
괴로워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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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은 연꽃이 피듯이 깨어난다. 
연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는 자신을 채우고 정원을 채운다. 하지만 꽃의 성질은 낮에 피고 밤에는 오므리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어떻게 지도에 그리고 묘사할 수 있을까?

물론 싹이 올라오는 단계가 있고, 그 다음에 봉오리가 나오고, 꽃이 핀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설명은 말해주는 부분보다 빠뜨리는 부분이 더 많다.

거기에는 진흙 속에서 뿌리가 영양분을 빨아올리고, 잎이 햇살을 마시고, 벌이 와서 꽃가루를 묻히고, 주변에 함께 피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다른 연꽃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거기에는 밤 사이에 일어나는 성장과 아직 햇살을 기억해내지 못한 수면 아래의 봉오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나선형으로 펼쳐지는 이 신비는 너무나도 유기적이므로, 많은 전통들이 그 속내를 묘사하기 위해서 시를 동원한다.
직접적으로 묘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의미를 품어내는 시의 힘은 신비하다.

선가에서는 깨달음의 경지를 산문적으로 묘사하는 법이 거의 없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도 같은 비유와 이미지, 혹은 유명한 심우도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질 뿐이다.
눈 위에 서 있는 백학이나 한밤중의 검은 까마귀의 이미지는 듣 는 자의 귀가 열려 있기만 하다면 수백 페이지의 추상적인 설명보다도더 정확하게 꼬집어서 깨달음의 마음을 전달해줄 수 있다.

붓다는 새벽 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의 첫 마디가 시였다고 한다.


이 슬픔의 집을 지은 자
더 이상 짓지 않게 하리라.

 

( 잭 콘필드 - 깨달음 이후 빨랫감 p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