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나는 이 산에 갇혀

유 진 정 2025. 5. 6. 16:12

눈을 떠도 감아도 녹색인 
이 산에 나는 갇혀
즙을 빨아먹으며 눈 안에서 쉬겠다는 
날벌레들과 다투다 
모르는 이의 무덤가에 
시체처럼 몸을 뉘어본다

누구 한 사람 옆에 있어 
여기 참 조용하지 
한 마디 건내고 싶어지다가도 
순간 떠나버릴 검고 흰 나비들을 생각하며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조용히 웅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