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해줘한녀와 억척한녀

유 진 정 2025. 6. 11. 21:44
요즘 이런 남자애들 많다더라. 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는데

아니 읽으면 빡칠 거 같아서 계속 스킵했단 말임 
근데 잠이 안와서 결국 클릭함

영상 링크였는데 요약하자면 커플? 친구로 보이는 남녀가 커피숍 가서 주문을 하는데 
그니까 주문 어떻게 하시겠어요? 직원이 물으면 남자애는 걍 폰 만지작거리고 있고
여자애가 뭐 먹을 거야? 하면 남자애가 머리카락 넘기면서 
어? 아? 나.. 말차라떼.. 하면 여자애가 다시 직원한테 말차라떼요!
직원이 시럽은 어떻게? 하니까 또 남자애 가만있고 여자애가 시럽은??? 하면 아?.. 반만.. 그러니까 여자애가 반만 주세요!
이런 상황극이었는데

보다가 나도 모르게 뒤져라 그냥. 이라고 중얼거리고 깜놀함 
그래서 왜 이렇게까지 혐오감이 드는가 생각을 좀 해보다가 일본 여행 갔을 때 일화가 떠올랐음

체크아웃 후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동네사람이랑 관광객들 같이 타는 버스라 앞에 캐리어 짐칸이 따로 있었음
근데 그날 만차라 캐리어들 위에 캐리어가 또 쌓이고 내 캐리어도 남의 캐리어 위에 올려놓은 상황

암튼 그랬는데. 역 도착 전에 한인가족이 먼저 하차함
(가족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아는 상태) 
근데 이십대로 보이는 그 집 딸이 안 내리고 짐칸 앞에 가만 서 있는 거임.

한동안 그러더니 내쪽을 힐끔거리면서 작지만 확실하게 징징대는 목소리로 가방..

이러길래 순간 ?? 하다가
아 자기 가방이 밑에 있어서 그런거구나 하고 내 캐리어를 잽싸게 내렸는데

내리면서 뭔가 좀 씹스러운 거임
왜냐면 내 캐리어가 기내용이었음 제일 작은 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장농만한 남의 캐리어 번쩍번쩍 들어 옮기고 자기 짐 알아서 잘 찾아서 내렸단 말임?

아니 백번 양보해서 3kg이상 적재하면 뼈뿌러지는 골다공증 말기라고 치고 
원하는 게 있으면 최소한 문장을 갖춰 말은 해야 될 거 아님? 근데 개뱅..ㅇㅈㄹ

암튼 그러고 다음 동네 가서 가이드 끼고 투어 중이던 한인 여행자 무리를 목격했는데
가이드가 오후 기온은 어쩌고 저쩌고 안내를 하니까 
어떤 아줌마가 그럼 모자를 쓸까요 말까요~? 하니까 가이드가 3초 정도 침묵하더니
그건 선생님이 정하셔야죠. 라고 대답하길래

한국가면 해줘한녀와 억척한녀라는 제목으로 블로글 써야겠다 하고 까먹고 있다가 
저 말차라테 계집놈 덕분에 기억남

아니 그니까 이런 행동이 왜 사람을 빡돌게 하냐면 
이거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중요한 거라고.

인간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조차 지기 싫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건 남에게 다 떠맡기고 싶다는 자기애적 폐급사고의 발로인데

이 떠넘기기가 심화되면 스스로 처리해야될 심리적 문제마저 남의 손에 내맡기고
낙엽만 굴러 떨어져도 offensive하다며 떼굴떼굴 구르는 정병애새끼 되는 거

그리고 이제 억척한녀는 저 해줘한녀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됨

해줘한녀 = 지가 해야되는 걸 외주 맡겨버림 ( 이제 한남 공주님들도 포함됨 )
억척한녀 = 외주 맡겨야 되는 거 까지 지가 다 하겠다고 함 ( 그냥 하면 괜찮은데 사랑받고 싶다는 보상심리가 커지고 수동적으로 반응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 )

가끔 놀랍게도 혼종도 존재함. 자기가 해야되는 건 남한테 맡기고 좀 맡겨야 되는 건 지가 다 하겠다고 난리난리 아오

물론 앰앱과 사회가 인간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긴 한데..

다 ~~~~~~ 구조의 희생자일 뿐이라지만 걍 답답해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