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뭐드리지 군과 다녀옴. 그는 블로그 이웃 겸 옆동네 사는 물리적 이웃임
놀다가 약속시간 삼십분 미뤄서 좀 미안했는데 루카 못드리지가 미룬 시간에서 삼십분을 더 지각하길래 마음이 편해짐
물 안 가져와서 고통받던 중 무려 얼음물을 꺼내 주시길래 진심으로 감사함
가방 안에서 가방을 또 꺼내길래 뭐지 했는데 보냉백에 얼음물 옥수수우유 와플을 야무지게 챙겨옴
보냉백에 곰돌이 마크가 있길래 좀 킹받았는데 이거 뭐냐 하니 걍 집에 있던 거 가져온 거라는데 하긴 아직 아기이시니까..
역광으로 보면 얼굴 윤곽 따라 솜털이 나 있음. 솜털은 정체가 뭐지?
그를 만나기 직전 교우 중 최고령인 S님(72)과 밥을 먹고 왔는데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 별로 안 좋아하지만 어떤 면에선 진실인게 사람 만났을 때 편하고 안 편하고는 나이 성별 사회적지위 성적지향성 그런 거랑은 별 상관이 없더라고.. 중요한 건 메타인지임 이 기능이 부족하면 필연적으로 개열받는 일 생김
루카군은 친구 줄 거라고 중간에 영풍문고 들어가서 책을 두 권 삼
그러고 보니 전시 왔을때도 책 두 권 줬는데 왜 두 권씩 주는거지?
엄청 더웠고 전날 밤새고 이만보 걸었더니 세상이 사이키델릭하게 느껴짐. 온데가 다 무지개인 것도 한 몫함
행렬 기다리던 중 여자애들 한 무리가 빙 둘러 서 있고 가운데 주저앉은 소녀가 가방을 열더니 주섬주섬 뭐를 막 나눠줌
보니까 외국 과자였음. 친구들은 막 박수치며 좋아하고.. 그 덥고 숨막히는데서 그러고 있는게 귀엽고 평화로운 풍경
레즈밴드 공연은 노잼이었음
재작년 레즈랩퍼 공연도 노잼이었는데 레즈씬이 워낙 음기X음기 영역이라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함
반면 드렉 퀸들은 아주 오졌지 양기폭발 무대뿌셔~~ 아 근데 이건 짬의 차이도 크겠구나
한편으론 그런 이유로 주최 측에서 레즈 엔터테이너 무대를 일부러 마련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공연 조지자고 모인 행사는 아니니까 이런 것도 좀 봐라 그런 거? 관객들은 성의있게 호응함
퀴퍼 반대집회 쪽에 대형 나무 십자가를 지고 서 있던 아저씨가 있었는데
체크셔츠 단정하게 바지에 넣어 입은 마광수st 아저씨의 수고하고 짐진 표정이 뭔가.. 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었음
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이 개더운 거리까지 나오게 했나. 왜 저렇게까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가.
얼굴과 몸에 갈색 물질을 잔뜩 바른 할저씨가 행렬 바깥 쪽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었고 경찰이 그를 데려갔는데
바른게 똥이었을까? 꽤 가까이 지나갔는데 냄새는 안 났음 근데 똥 같아서 너무 신경쓰임
내러티브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잠깐 했는데
이제는 이 사안에 대해 별 의견이 없는 사람이 봐도 알록달록한 퀴퍼행렬보다 호모섹슈얼리티 이즈 씬! 회개하라!! 를 외치는 쪽이 더 반사회적으로 보일 거 같단 말임
더 우중충하고 화나 있고 불건강해 보임. 전철에서 옆에 앉는 순간 일어나고 싶어질 거 같은 분들도 좀 있었음
그래서 든 생각인데 여기까지 나오는 교인들은 약간 그 예수천국 불신지옥st 사회로부터 좀 소외된 사람들이지 않을까..
어느 쪽이 약자인가, 약자란 더 두려워 하는 사람을 뜻하는가
약자라는 이유로 한 세력의 편에 서는 행위는 과연 건전한 것인가 등등에 대한 생각을 두서없이 해봄
퀴퍼 프리팔레스타인 구호를 듣고도 든 생각임
아 일전에 불교가 동성애에 관대한 이유가
내가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 건 전생의 인연 때문이고 그 인연은 성별과는 무관하게 형성된 것이니 지금 생에서 동성에게 끌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사고 때문이라는 글을 웹에서 읽었는데
부처님이 그런 말을 하신 적은 없고, 성적 방종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구는 반복됨
다만 이성이랑만 섹스해야 된다는 말은 닛까야 통틀어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 이는 동성애에 대한 암묵적 수용이라고 할 수 있을듯
관광용 이층버스 루프탑에 올라탄 인도계?중동계?로 보이는 애기가 행렬에 손을 마구 흔들어 줫는데
뭔가 신의 가호같기도 하고 암튼 귀여웠음
잔잔하게 신나고 건전한 분위기 속 퍼레이드는 시작점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퇴갤하여 올디스 타코 먹고 청계천 걷다가 돌아옴
루카군이랑 뭔 이야기하다 요즘 이대남들 너무 커뮤의 현실화 아니면 인스타 창남st 로 양극화 된 느낌이라며 열변을 토했는데
문득 이게 성별이 반대였다면 꽤 과격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음 영포티가 이대녀 앞에 두고 요즘 이대녀들 왤케 창녀같냐고 하는거잖아
루카 군은 첫 퍼레이드 였다는데 (나는 두번째. 2년전 독거인님과 다녀옴)
종로 한복판 차도를 점거하고 걷는게 기분이 좋았다고 함
외로움에 대한 문학적인 정의를 내려주셨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적던가 해야겠음
즐거워 보이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