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버추얼 리얼리티

유 진 정 2025. 8. 13. 17:42

주말에 만난 도반 분이 소설을 잘 안 읽게 된다는 말을 하시길래 든 생각인데 
나도 소설 안 읽은지 좀 되었음. 교양서나 만화는 읽는데 이건 학습이라고 생각하고 읽음

그리고 보니까 퀘이크도 안 한지 일년 넘었고 영화도 미드도 요샌 잘 안보고 여행도 누가 가자는 거 아니면 잘 안 가고 있는데

예전에 어떤 분이 포럼에 올려주신 위빠사나 장기수행자 연구논문에 따르면 이것도 띵상의 이펙트인거 같음 
조사 표본들이 대체로 유사한 패턴을 보임 

그렇다고 영화가 싫다 여행이 싫다 이건 전혀 아니고 (목적만 뚜렷하면 기쁘게 떠날 것)
다만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마냥 좋게만은 안 느껴진다고 해야 되나..

그리고 이 현상을 인지하고 나서 든 생각이 내가 중학교 3년 간의 기억이 되게 적단 말임
초등학생 때나 고등학생 때의 기억은 선명함
근데 그 시기만 유독 몇몇 사건을 제외하면 기억이 물 속에 잠긴 것 같고 해상도가 흐림

지금까지는 스트레스 상황이었어서 뇌가 기억을 지워버린게 아니겠나 막연히 추측해왔는데
불현듯 깨달은게 그때 만화책/소설/게임을 엄청나게 소비했단 말임 

그니까 그 3년 동안 현실을 마주하고 산 시간이 되게 적은거임. 당연히 기억이 흐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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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과 낙관론의 무대 뒤편에서 오늘날의 인간은 죽도록 불행하다.
실제로 그는 절망의 끝에 서 있다. 절망의 심정으로 개성이란 것을 붙들고 늘어진다.
‘다르고’ 싶고 어떤 것을 ‘다르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칭찬을 알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은 ‘다름’에 굶주렸다는 증거이며 우리에게 남은 개성의 마지막 흔적이다.

오늘날의 인간은 삶에 굶주려 있다.
하지만 순응주의자이기에 삶을 자발적으로 경험할 수 없고, 자극과 스릴의 형태를 띤 대용품을 움켜잡는다.
술과 스포츠가 주는 스릴이나 스크린 속 허구의 인물을 통해 경험하는 스릴 말이다.

에리히 프롬 -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 하는가 10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