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나라고 할만한게 없다니 의사양반 그게 무슨소리요 - 나는 착각일 뿐이다

유 진 정 2026. 3. 2. 14:20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할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당신이라고 할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입니다. 

 

 

 

 

어그로 끌려고 올린 짤이지만 소개하려는 책 내용과도 적절히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다.

심영이 지금 고통받고 있는 이유는 고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왼쪽 발가락이 하나 떨어져 나갔다면 크게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아마 한쪽 눈이 없어졌다 하더라도 저런 격렬한 반응까지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심영은 남성이며 독립군 출신이다.
게다가 공산당 간부라는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사상적 긍지와 야망, 자부심이 그의 자아감의 핵을 구성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심영에게 있어 남근은 종족보존, 즉 불멸과 자아의 확장수단이다.
그것의 주기능을 상실한 그가 정체성의 위기를 새된 비명으로 표현하는 이 장면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인터넷 역사에 길이남을 상징으로 박제되었다.

고환을 잃고 밈으로 남은 남자 심영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충격적으로 다가온 날이 있다.
거울에 비치는 것은 이미지일 뿐이고 유체이탈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를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이 충격은 일종의 은유처럼 다가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모른다.
그 대신 쉬지않고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정의내리며, 그 생각을 나라고 굳게 믿으며 산다.

‘ 너 자신을 알라 ’ 라는 말은 주제파악을 하라는 피상적 의미의 격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내 생각이 나 인가?
내 감정이 나 인가?
내 몸이 나 인가?
아니면 그걸 관찰하는 무언가가 나 인가?

뇌신경과학자 샘 해리스는 저서 나는 착각일 뿐이다 (원제:Waking Up: A Guide to Spirituality Without Religion)를 통해
우리가 나 라고 여기며 물고 빠는 감각의 불확실함에 대해 조목조목 파해친다.

 

 

 

명상 중엔 마음의 성질을 파악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현존을 싫어한다.

눈 감고 앉은지 불과 10초만에 과거와 미래로 달아나는 마음을 지켜보노라면 미친여성 널뛰듯 이라는 표현이 떠오르곤 하는데

여기서 잠깐
미친여성 널뛰듯하는 마음이 있고 그걸 뒤에서 지켜보며
' ㅉㅉ 또 저러는구만.. ' 자각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ㅉㅉ 또 저러는구만.. ' 이라는 자각을 뒤에서 지켜보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뒤에서 지켜보는 무언가가 있고...!?

그 시점부터 이 중 어떤게 나지? 라는 의문이 생성되고
많은 영성가들이 참眞나 라는 존재에 대해 떠올리게 되는 단계를 거친다.
종내에는 가장 뒤에 서 있는 목소리, 거대한 하나의 의식 one mind 을 떠올리며 히피가 되어가는데..

샘 해리스는 그 꼴이 보기 싫었는지 책 속에서 뉴에이지 영성가들을 사정없이 패버림
괴기한 이론과 주관적 경험을 들먹이며 자아를 우주적으로 확장할 필요는 없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과학적 접근을 좀 해보자고 권유함

주장에 대한 근거로 그는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들을 제시한다

 

 

1. 생각을 나라고 할 수 있을까? - 리벳 실험

전극을 붙인 실험대상에게 ' 손가락을 움직이고 싶어질 때 한번 움직여 보쇼' 시킨 뒤
뇌 신호, 마음먹은 순간, 실제 손가락이 움직인 순간을 측정한다.

선택은 내가 한다! 라는 감각은 우리에게 있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을 먼저 먹고 -> 뇌가 명령을 하면 -> 몸이 움직이겠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움직여야지~ 생각을 하기 0.35초 전, 뇌에서 먼저 전기신호가 파박하고 튀는 것이었다!

닝겐은 자유의지는 생각보다 별게 아니었다.
우리는 뇌가 물리적으로 작동해 먼저 내린 결정을 그저 따르는 존재에 불과할 확률이 높다.

여기에 대해서는 샘 해리스의 전작 -자유의지는 없다-에 보다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수행을 병행하며 인간혐오가 좀 누그러진 면이 있다.
모든 인간이 주어진 조건에 의해 행위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많은 것들이 용서가 된다.

( 이 주제에는 '아니 그럼 개짓거리를 하고 다니는데 단죄를 하지 말라는 거욧???!!' 이라는 도덕적 반론이 항상 뒤따라오는데,
시스템 차원에서의 처벌은 당연히 필요하다. 전두엽이 고장나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사람은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개인적 차원에서 그를 증오하며 타인과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

또한 어떠한 조건이 성립될 때 내가 패턴을 자동적으로 따르게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자기전에 폰을 보지 않고 싶다면 폰을 가져가서 안 보려고 노력하다 실패할 게 아니라, 폰을 다른 방 서랍 속에 넣고 침실로 들어가야 한다.

 

 

2. 신념을 나라고 할 수 있을까? - 분리뇌 실험

흔히들 알다시피 좌뇌(말과 논리)와 우뇌(감각,인지능력)는 수행하는 기능이 좀 다른데,
로저 스페리라는 신경과학자가 그 두 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끊긴 분리뇌 환자들을 데리고 이런 실험을 했다.

(우뇌가 관장하는) 왼쪽 눈에 <계란>이라는 단어를 순간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 대상자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주장한다. 말을 관장하는 것은 좌뇌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서 여러 물건을 늘어놓고 (우뇌가 관장하는) 왼손으로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집으라고 하면
환자는 계란을 집는다.

그리고 왜 계란을 집으셨나요? 물으면 놀랍게도 '어제 계란을 먹어서요' 라고 좌뇌가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철썩같이 믿는다!

분리뇌 환자들은 왼손과 오른손으로 동시에 각각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어린 분리뇌 환자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니 좌뇌는 제도사라고 대답했고 우뇌는 글자카드를 이용해 카레이서 라고 대답했다고

여기서 무신론의 4대 기수 중 한 명인 샘 해리스가 종교인들에게 제기하는 냉소적 의문은 다음과 같다.

인격은 아무래도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 것 처럼 보이는데,
단일한 영혼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만약 좌뇌가 독실한 신도인데 우뇌가 무신론자라면 이 영혼이 도달할 곳은 천국일지 지옥일찌?????

 

3. 몸에 대한 감각조차 내가 아니다 - 고무손 착각 실험


실험대상의 진짜 왼손은 가림막 뒤에 숨기고, 눈 앞에 정교하게 만든 고무 의수를 올려둔다.
그런 뒤 실험대상의 진짜 손(안 보임)과 고무손(보임)을 붓으로 동시에, 똑같은 리듬으로 쓸어서 간질거린다.

그러면 불과 몇 분 만에 뇌가 시각 정보(고무손이 쓸리는 모습)와 촉각 정보(내 손이 쓸리는 느낌)를 합쳐버리면서
실험자는 고무손 = 내 손 이라는 강력한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바로 그때! 고무손을 칼로 푹찍하면 실험대상은 공포에 질리다 못해 실제적 고통까지 느껴버린다!

뇌는 시각과 촉각 데이터만 맞아 떨어지면 한낱 고무 덩어리조차 내 몸의 일부로 순식간에 편입시켜 버린다.

인스타에 필터 왕창 먹인 셀카를 자꾸 올리다보면 그게 실제 내 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되어버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이 외에도 의식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과 철학들이 300페이지에 걸쳐 줄줄이 등장하는데

그러면 샘 해리스는 왜 이토록 많은 자료를 긁어모아 우리의 자아 정체성을 위협하려고 드는 것일까?

 

 

 

설명 대신 일전에 AI 업계에 종사하던 분께 들은 일화를 소개해 본다.

본인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첨단에 서 있어야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동료와 여기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그가

' 그걸 왜 니가 해야되는데? 니가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괴로운 거다 '

라는 말을 했고 그 순간 어떤 깨달음이 찾아왔다고 한다.

아니 왜 굳이 내가 안달을 내고 있나? 샘 올트먼 같은 인간들이 이미 잘 하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내려놓을 수 있으셨다고
( 물론 이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라 들린 이야기일 것임 아니면 아 뭐 당연한 소리 하고 앉았나 하고 넘어갔을 듯 )


탐욕과 집착은 우리가 ‘나’ 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에고는 너와 나는 다르다는 분리감을 강화시키고
반목과 갈등을 초래하는 분리감은 때때로 국가적 재앙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말한다.
나 라는 존재는 뇌가 쓴 소설 속 주인공일 뿐이니,
그 소설이 진짜라고 믿으며 괴로워하지 말고 가끔은 소설 밖으로 나와서 자유롭게 살라고

나도 말하고 싶다.
심영 선생님, 성불구가 되어도 인생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자아감은 착각일 뿐이라구요


" 마음은 우리가 가진 전부이다. 마음은 우리가 가진 적이 있었던 전부이며, 우리가 타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부이다. "

" 영적 수행에서 세울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는 더 이상의 노력이 필요 없는 영원한 깨달음의 상태가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든지 그 순간에 자유로울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

- 책 속에서


+

책의 장점 : 샘해리스 사카즘 기술이 예술임 역시 글은 좀 빡친 사람이 써야 재밌음

단점 : 지옥같은 번역

 

아래의 링크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c-straw.com/posts/7365

 

나라고 할만한게 없다니 의사양반 그게 무슨소리요 - 나는 착각일 뿐이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할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c-str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