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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이 만나는 밥상

유 진 정 2026. 3. 10. 18:39

장을 이상하게 봐버려서 요리를 ㅈㄴ해야된다
야채가게 아줌마의 농간에 넘어가 마지막 한 봉지 남은 냉이를 천원에 들고왔다.

이거 손질 막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응 좀 해야지 된장국 끓여먹어 / 뭐 넣어서요?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아줌마의 눈에 떠오른 guilt를
그 눈빛은 된장국에 뭐 넣어먹냐는 놈에게 고랩 아이템을 떠넘겼구나! 를 말하고 있었다. 

아무튼 집에 와서 냉이 손질 검색해서 씻는데 냉이손질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아무리 헹궈도 노란흙물이 끝없이 나오는게 저주에 갇힌 느낌
걍 중간에 gg치고 흙 좀 먹기로 결정
씻다가 뿌리 한번 씹어 먹어봤는데 맛있기는 오지게 맛있음

아무튼 그래서 레시피 

 

굴 콩나물밥

- 굴 소금으로 씻음 콩나물도 씻음

- 씻은 쌀에 물을 적당히 넣고 (평소 밥할 때 보다 살짝 많이) 가운데에 콩나물을 수북히 올린 뒤 가장자리에 굴 200g을 삥 두름

- 쿠쿠밥솥 영양밥 모드 돌림

- 양념장 : 간장 다진마늘 참기름 참깨 다진파

 

냉이된장국

- 큰 볼에 냉이를 넣고 물을 받아 씻음 중간에 고통받을텐데 수행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지금 고통을 느끼고 있구나 하면서 그냥 생각없이 씻음 12번 정도 헹군 거 같음

- 그 흙이 많이 나오는 잎과 뿌리가 중첩된 그 부분을 과도로 살짝씩 다듬어줌 tiny한 면적에 아마 좌절감을 느낄 것인데 우리의 이를 고쳐주시는 치과 선생님들의 은덕을 떠올리며 오늘 나의 고통쯤 아무 것도 아니다 스스로를 세뇌함

- 냄비에 물 받고 표고버섯이랑 대파 넣고 팔팔끓임

- 다 끓으면 된장을 넣음 한국된장 없으니까 미소된장 넣음

- 간을 좀 보고 거기다 큰 주사위만하게 썬 두부와 냉이를 넣음 난 냉이를 좀 썰어서 넣었음

- 조금 더 끓이면 완성

 

날씨가 따듯해지니 마트 굴 코너에 꼭 익혀서 먹으라는 공지가 나붙음. 겨울엔 횟감이었는데..

아무튼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의 재료를 함께 씹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메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