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더와 곤더 1

유 진 정 2026. 5. 21. 22:19

아래는 내가 Z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한 뒤 기록한 메모이다 

 

연식이 꽤 된 빌라 십년째
고양이 제단 
호더같은 미친 방 하나. 책 땜에 바닥 내려앉을 거 같음
깨끗한 주방 
작업방은 안락
침실에 두께가 동일한 수많은 이불들이 칸칸히 수납되어 있음 WHY??
아빠가 일본에서 사다준 체스판 뒤집으면 오셀로 할 수 있음
소화기가 세 개. 침실에도 한 개 WHY????
변기위치 문제있음
화장실 거울 옆 메모용 보드마카 
신발장 신발 다 비슷하게 생김 옷 체크무늬 존나 많음 

타이머 시계 달력이 많음 (마감?)
타이머가 곰돌이 모양임
책은 10%정도 읽었을 것이라고 함 
부채감에 시달리지 않을까? 읽을 책이 그렇게까지 많다면
(전혀 아니라고 함 책꽂이는 일종의 인생의 지도였음 그 책을 사던 순간의 로그라고)
모든 곳에 종이 냄새

 


방문 전 분명 어떠한 광기를 예상했고
그 어떤 것을 보아도 절대 놀라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들어갔는데 
소화기와 이불에서 동요하고 말았다. 

그리고 Z는 잘 버리지 않는다. 호딩방은 역사적 먼지들로 가득 찼다
나보다 더한 정리벽을 지닌 홍기하 씨와 영통 중 그곳을 보여주자 나.. 화날 거 같아.. 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대해 J님께 보고하니 작가님이 잘 버리니까 잘 됐네요. 라는 말을 하셨고
띵상코스 내내 그의 전자렌지 옆 묵은 곡식들을 버리고 그 자리에 유통기한 간당간당한 (서랍에 넣어놔서 까먹음) 비타민들을 위치시켜야 한다는 충동이 강박적으로 떠올랐다 

키를 받아 먼저 그의 집에 들어온 날 곡식과 씨앗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곡식에는 곰팡이가! 씨앗에선 쩐내가 난다!
이럴 수는 없는거야!!


버ㄹㅕ..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