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변방의 관찰자 - 내향도, 외향도 아닌 이향인

유 진 정 2026. 9. 2. 00:58

 

(전략)

그니까 결국 억지로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스스로를 수용하라는 얘기인데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MBTI, 퀴어, 신경다양성 운동 등의 흐름을 타고 등장한 일종의 정체성 마케팅이라는 느낌도 든다.

실제로 저자는 개인이 스스로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행위를 적극 찬성한다
정신건강적 측면에서 사회가 정해준 정체성에 스스로를 가두어 가며 고통받는 것 보다 그 편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우울증을 너무 병리적으로만 해석하면 환자가 잘 낫지 않는다, 
우울증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삼아버리기 때문, 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이향인이라는 새로운 틀에 가두는 것이 과연 고통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복잡하고 유동적인 인간을 너무 하나의 유형으로 퉁쳐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가, 
또 그것이 부적응적 행위의 변명으로 오용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뒤로 갈수록 이향인이 너무 갓벽한 인간상으로 묘사되는 느낌이 있는데
스스로를 이향인이라고 지칭하는 저자가 쓴 글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민망함을 느낌

 


내 안에는 내가 홀로 사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서 나는 결코 마르지 않는 샘물을 길어 올린다. - 펄 벅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의의는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들의 유튜브나 책을 읽다보면 보다보면 
일단 당장의 고통에서 사람들을 끄집어 내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존재의 빛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부적응자라는 빵틀에서 꺼내어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용도로 사용되기에 이향인은 적절한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중요한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은 모두 혼자 죽게 되는데 그 순간이 왔을 때 그놈의 소속감이라는게 대체 뭐 그렇게 큰 의미가 있겠냐는 거다.

결국 내 삶에서 사라질 타인의 기대에 과도하게 부응하며 살다 마지막 순간 후회하느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의미있는 기억을 쌓는 편이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소속된다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소속감이 허구이며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속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그 어 떤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가장 개인적인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의 몸조차 길어야 80~90년 동안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고, 몸의 운명을 통제하는 힘도 극히 제한적이다. 소유물이 빼앗기거나 망가지거나 분실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우정, 나의' 동료애, '나의' 관계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사회적 관계를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거라는 생각만큼이나 허황된 것이다.

(233페이지)

 



총평:

깊이 있는 심리학 책이라기보다
외향성과 지나친 긍정성, 적극적 사회 참여 등을 강조하는 미국사회의 주류적 분위기에 이견을 제시하는 일종의 사상서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좋을 거 같음

 

전문:

 

https://c-straw.com/posts/9113

 

변방의 관찰자 - 내향도, 외향도 아닌 이향인

동거인들과 함께 살 때의 일이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고 동거인들은 출퇴근 하는 직장인이었는데 어느날 문득 ' 아니 퇴근을 하고 들어왔는데 집에 사람이 맨날 있으면 얼마나 싫을까? '

c-str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