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쉽지는 않지만 - 가능한 사랑

유 진 정 2026. 10. 12. 16:45

일단 캐릭터 소개부터
스포 많음 안 본 사람들은 보고 읽으시길



안미옥 (전도연)



설경구의 부인이자 소규모 공장 직원
시골에서 상경해 잠 못자고 미싱 돌리다
군대 휴가 나온 동네오빠 설경구의 박력에 이끌려 결혼까지 감 

소녀같은 감수성을 지니고 있고
눈물이 흔한 여린 모습으로 묘사됨

근데 사실 기존쎄 외유내강 게임 체인저임
후반부로 갈수록 카이저 소제급의 암약을 펼침

 



최호석 (설경구)

감정을 다루는데 어색하고 무뚝뚝한 블루컬러 사나이
내성적이고 요령 없지만 사람을 좋아함

노조 시위 중 경찰에게 멍석말이 당하고 
두들겨 맞는 자신을 버리고 달아난 동료들이
정의와 연대를 부르짖는 모습을 지켜보며 점점 반사회적이 되어감 

영화 내내 대형 사고를 칠 것만 같은 위태로운 분위기를 풍겨 관객을 두렵게 만듬

 


최철 (정섶)

둘의 아들

설경구가 용접공이라 이름이 철임
영화에선 명시되지 않지만 경도의 발달장애를 보유
(눈 안 마주침, 옷 재질에 예민함, 문어체로 녹음기처럼 말함, 반향어 사용, 코 찡긋거리는 틱 있음)

 



이예지 (조여정)

개부자 남편을 뒀지만 내 일은 내가 한다능!

하면서 창작 지원금 알뜰하게 타먹는 머가리 꽃밭적 면모로 관객의 발암을 유발하지만 
어쨌든 마음씨 따뜻하고 열심히 사는 독립영화 감독

명품을 두르고 노조시위 다큐를 찍으며
전도연 설경구 부부를 무려 '사랑' 해보고자 함

중산계급 출신이라 갑부남편과 집안의 격차가 나는 편이고
'유학' 시절 알바하며 고생도 해봤기 때문에 언더독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본인은 일단 믿고있음
(그런 소리 할 때 마다 박박 긁히는 전도연 표정 보는게 웃음벨)

영화 볼 때는 전도연 설경구가 압도하는 느낌이었는데
다 보고 나오니까 이 여자의

' 난 이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 '
하는 대사가 자꾸 생각남

철부지의 오만인가 싶다가도 어쩌면 혹시 하게 되는게
이래서 제목이 가능한 사랑이었군요

 



상우 (조인성)

가문에 반항하지만 누릴 건 다 누리고 사는 현실주의 도련님

마누라의 허위의식에 은은한 경멸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예술활동을 전폭 지지해주는 신사임

그러나 상갓집에서 슬픔으로 흐트러진 전도연을 마주친 이후부터 대단히 꼴린 상태
설경구네 회사를 조져버린 사모펀드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됨

지금까지 조인성 연기 잘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정말 좋았음
상냥하지만 뭔가 하나 비어있는 부잣집 아들래미 역할 찰떡인듯

나이 들더니 눈빛도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몬가 배우로써의 아우라가 생기심

 



스포많다고 경고했는데 여기까지 읽어버린 분들을 위한 재경고


영화가 못됐는데 따뜻하고 문학적입니다

마음 속에 오래 남을 거니까  일단 보고 읽으셔요

 

 


다음으로 좋았던 장면과 설정

일단 캐스팅이 잘 됨 

넘나 매꼼한 상류층 부부 vs 삶에 치이며 표정에 서사가 생긴 워킹클라쓰 부부

마치 2026년의 영포티와 70년대 산업역군급의 대조  
의상도 ㄹㅇ 그 인간들이 입을 것 같은 걸로 잘도 찾아 입혀놓음 
특히 전도연 맨날 입는 이상한 영어 써 있는 나그랑 쭉티

부유한 커플이 본인들에게 결핍되어 있는 지점 (like 불행과 슬픔)을
가진 노동계급 부부를 각자의 방식으로 욕망한다는 설정이
스와핑물 인트로 같은 느낌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듬

--

조여정이 공장 촬영하는 날 뭐 재밌는 씬 없냐? 하니까
노조라도 만들까??
하더니 급 서류작업 해치워 버리는 전도연이랑 정직원들 뒤로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들 한 명씩 지나가는 장면 넣은 것도 사려깊었음

아래로는 언제나 더 약한 사람이 있고 
위로는 언제나 더 큰 기득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지성인이 아닌 다음에야 
자기가 제일 열심히 살고 불쌍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스스로를 약자라고 철썩같이 믿고있는 사람들의 자기연민을 자비없이 파헤침

그래서 그 노조원들 모여서 심리상담 받는 장면도 일부러 킹받게 찍은 거 같음

귀족 노조라는데 평택에 33평 아파트 한 채 있는게 다다!! 
하면서 비통해 하는 가장의 심정이 삼포세대들 입장에서 공감이 가겠냐고 수도권 33평 아파트 ㅂㄷㅂㄷ,,

근데 또 그렇다고 그 사람들 말이 다 틀린 것도 아님
있는 놈이 더 가지겠다고 없는 놈들 밥그릇 차 뿌숴버린 건 사실이고
실직과 부의 박탈은 결국 한 발자국 더 가까운 죽음을 뜻하니까  

아무튼 요즘 너무 박탈만 당해도 혜택만 받아도
인간이 단순해지기 쉽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감독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이런 지점을 객관적으로 묘사해서 영화가 되게 문학적이 되었음

--

어릴 때 친구네 과수원 올라가 본 노을이 참 이뻤다고 말하다 우는 전도연 찍다가 조여정 같이 울먹거리는 장면이랑
조인성 별장에서 개 산책 시키다 숲 속 새 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뻐하는 장면 아름다웠음

이게 사실 영화 주제인 거 같은데
자연 속에 현존하는 순간만큼 존재 사이의 장벽이 투명해질 때가 없지 않은가

모든 존재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가 겪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행하지 않고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결국 사랑이니까

물론 그래놓고 바로 욕망에 이끌려 뻘짓을 시도하지만
( 조인성의 끈적끈적 플러팅 / 조여정의 무지성 촬영 )

어쨌든 계급을 떠나 모든 존재에게는 사랑의 씨앗이 심어져 있다는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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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작가의 워크샵에 다녀오는 길
이 좋은 걸 왜 무료로 진행하시냐는 모양의 질문에
원래 좋은 건 다 공짜야. 라고 대답하니까 다른 분들이
그래 공기도 / 햇빛도 / 바람도 하고 연달아 답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지 않은가
세상과 나 사이에 단단한 벽을 세우고
좋은 것을 독점하고 싶은 욕심이 여러 비극의 본질이 아닐지 

동경하던 조인성의 job이 결국 남편네 같은 회사 털어먹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전도연이 개신난 조인성한테 산책 나가자고 한 뒤

그가 어릴 때 빨개벗고 놀았다는 바다로 깨벗고 뛰어든 다음
ㅈ래벌떡 달려드는 조인성 가지고 투우하다 끝끝내 안 대주는 씬 정말 좋았음

바다도 하늘도 그리고 나의 몸도
니가 독점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이걸 훈계가 아니라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상여자 전도연

인트로의 네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 꿍 나오는 장면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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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에서 아들이 조인성 하인이랑 호스로 물 뿌리는 장면도 좋았음

전도연은 어릴 때 자기가 똑같은 짓하니까 엄마가
너 커서 이런 일 하려고 그래!! 하면서 막 때리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들을 그냥 둠

왜냐면 반짝거리는 물줄기와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으니까
삶에 만족할 줄 알고 스스로를 수용한 인간의 강함이 느껴지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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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조인성의 캐릭터를 마냥 빌런이 아닌 입체적으로 묘사한 것도 좋았음

잘나게 태어나 특혜받고 산 인간 특유의 선량함과 빻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인물

대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개같음을 쭉 참아온 설경구가 별장 욕조에 오줌 테러 하던 중
들어온 조인성이 재밌다고 깔깔 웃으며 같이 테러해버리니까
기분 더 개같아지는 장면도 날카로왔음

나의 투쟁이 이 자식에겐 유희가 되어버리는구나!
차라리 나쁜 새끼라면 욕이라도 할텐데

철저한 무력감을 느낀 설경구는 결국 숲 속에서 짐승처럼 표효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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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래미가 조인성 할아버지 유품 호루라기 훔쳐간 도둑으로 의심받는 연출 다음에  
가족이 별장 떠날 때 조인성이 인상 팍 쓰고 잠깐만!! 외치는 장면으로

그래 이 냉혈한 부자놈 역시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순수한 아이의 추억은 짓밟히겠지!!

싶게 만들었다가 ㅈㄴ 스윗하게 신발끈 묶어주는 거 보여주면서 
관객들 뻘쭘하게 만드는 것도 뭔가 통쾌했음

영화 내내 이런 식으로 우리 마음 속 빻음을 들춰내는 방식으로 관객을 들어다 놨다 하는데
그래서 3시간 러닝타임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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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들래미가 진짜로 호루라기를 뽀려왔다는 반전!!

그리고 그거 다시 돌려주러 안 간 것도 설득력 있음

전도연과 설경구가 좀 더 불행한 인간들이었다면 
애 쥐잡듯이 잡아 별장으로 돌아간 뒤 굳이굳이 호루라기 돌려주는 방식으로 약자의 자존심을 지탱했겠지만

일단 부부 사이가 좋고 이 시점에서 다들 좀 퇴마가 된 상태라
걍 아오 그걸 왜 가져와~ 하는 방식으로 쿨하게 넘어감

 



영화는 그렇게 작은 전리품을 챙긴 부부가 스윗홈으로 돌아와
직접만든 대리석 식탁에 둘러앉아 달을 감상하는 장면으로 끝남

깡촌 소년소녀의 순수한 성욕으로 시작해
전우애를 길러낸 전도연네 부부가 섹스리스라는 설정도,

가문에 대한 반발심으로 마누라 고른 조인성이 못 자빠뜨린 전도연 생각하면서
조여정이랑 헉헉퍽퍽 섹스하는 설정도 ㄹㅇ하이퍼리얼리즘

위화감을 느낀 조여정이 자기 오늘 좀 다른 사람 같아 하니까
조인성 ebs청소년 드라마 톤으로 뿔퉁하게 나는 나야,
하는 장면 개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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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는 얘기 백번 했으니까 옥의 티도 하나 언급하자면 

전도연 서울 상경했을때 미싱공장 아니면 술집밖에 일할 거 없었다는 설정 

아니 보니까 나랑 몇살 차이 안나는 거 같은데 시대상이 이상하잖음
그래서 아 영화 배경이 십년 전인가? 했는데
지피티 쓰는 거 나오는 거 보니 그것도 아님 

일종의 오류인데
이거 고치면 스토리 라인 틀어지니까 걍 두고 찍은듯

 

전문 : 

https://c-straw.com/posts/9374

 

쉽지는 않지만 - 가능한 사랑

일단 캐릭터 소개부터 스포 많음 안 본 사람들은 보고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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