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윗집여자

유 진 정 2013. 7. 16. 03:46

장성한 수컷 고릴라가 고성을 내지를때 젊은 경쟁자들의 체내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것은 젊은 고릴라들의 성장을 억제시킨다는 점에서 일종의 '음성적 거세' 행위라고도 할수있다. 

씨발을 눈으로 읽는 것과 씨발을 귀로 듣는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싸구려 자재로 지은 원룸빌라는 방음에 취약하다. 

윗집여자는 태생적으로 목소리가 크고 어휘력이 빈약하며  빈약한 어휘의 공백은 주로 쌍욕으로 메꾸어 진다.


여자는 전화통화를 하며 이성을 잃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럴때면 반경 십미터 내의 이웃주민들이 여과없이 내지르는 100%순수한 그녀의 쌍욕에 피폭된다.


이것은 마치 유독성 먹구름을 머리위에 띄우고 있는 것과도 같다.


조용조용 살고싶다는 나의 심리적 방어선은 그녀의 쒸발쒸발을 알람삼아 눈을 뜬 어느 밤 무너져 버렸고 

층간소음 살인자의 심정을 떠올리며 더 이상 상태가 악화되기 전 어서 조치를 취해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윗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여자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대신 한밤중에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예의없는 년이라는 불만이 환풍구를 타고 전해져 내려왔다. 


그리하여 나는 예의없는 년답게 창문을 활짝 열어 지난 석달간의 분노와 욕구불만으로 점철된 개지랄을 퍼부어 주었는데

잠깐 후련했지만 결국 똑같은 레벨의 인간이 된듯한 기분에 뒷맛이 씁쓸했다. (향후 그녀의 태도 역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윗집여자의 분노에 가득찬 쒸발쒸발은 더이상 들리지 않는것으로 보아 

개지랄이란 아무래도 

효과가 있는듯. 


개지랄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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