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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님의 답글대로 가로쥐 무덤에 난 풀은 개망초가 맞았다.
옮긴 화분에서 엄청난 속도로 자라더니 세로쥐가 떠난 날 연보라색 예쁜 꽃을 피웠다.
압화 같은 거 만들면 너무 집착인가?
세로쥐는 2주 전 쯤 부터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밥만큼은 많이 먹고 갔다. 가엽게도 그렇게 열심히 먹어댔지만 살은 빠지고 종양만 커졌다.
꽤 한참 전부터 쥐장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들어서 나오게 해도 다시 장 안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길래 방전이 머지 않았구나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단 오래 버텨주었다.
죽기 이틀 전 부터는 꼬리에 변이 묻어있어 물티슈로 닦아야 했다.
쥐는 자신의 꼬리를 신경써서 닦기 때문에 더러운 꼬리는 쥐의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그래도 이날은 왕성한 식욕으로 두유와 고구마, 오트밀을 먹어치웠다.
죽기 하루 전 자신이 싼 배설물 위에 주저앉아 움직이질 못하고 있길래 들어서 닦았다. 너무 늦게 알아채서 좀 미안했다.
이날은 처음으로 먹을 것도 거부했다.
물을 마시지 못하길래 오이를 줬는데 몇 번 핥더니 흥미를 잃었다. 짜먹는 영양제를 손가락에 묻혀 주니 그제서야 허겁지겁 먹었다. 쥐장을 청소한 뒤 주사기로 물을 좀 먹이고 새로 깐 천 위에 세로쥐를 올렸다. 앞에 앉아 잠시 명상을 했다.
임종을 곧 앞둔 존재 앞에서 메따를 보내면 죽음을 편하게 맞는데 도움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최근 <평정심으로 맞는 죽음의 기술>에서 읽어서 한 번 시도해봤다.
오년 전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무슨 개미친 소리야 했을 거 같은데 진동과 미시세계에 대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메따의 내용은 가는길에 큰 고통이 없기를, 다음 생, 또는 그 다음생 아니면 그 다음다음 생에는 좀 더 상위의 존재로 태어나 언젠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 할 수 있기를. 뭐 대충 그런거
쥐의 삶은 애완용이 아닌 이상 너무 고달프니까.. 병도 너무 많이 걸리고
세로쥐가 편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은 좀 편해졌다.
명상을 마친 뒤 쓰다듬고 자리를 떠났고 쥐는 몇 시간 후 죽었다.
임종의 순간은 지키지 못했지만 소리를 내거나 발버둥치지 않고 평소의 모습대로 조용히 갔다.
가로쥐 때를 생각하면 비교적 편히 간 듯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틀이 지난 지금 뭐 먹을 때마다 조건 반사적으로 쥐 몫을 떼내다가 아차 하고 다시 먹는데, 한동안은 이러지 싶다.
이년 반 동안 거의 매일 하던 행위를 이제 멈춰야 하는 것이다. 변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