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만취해서 들어왔는데 가방을 뒤져보니 차가운 모텔 꼬마캔이 들어있다 어떻게 하나 조언을 구하는 글을 읽음
읽으니까 생각나는 흑역사가 있어 썰을 풀어보겠음
수년 전 만나던 B의 집에서 아침에 딩굴거리는데 B가 본가에 내려갈 준비를 하며 집정리를 하고 있었음
넌 피곤하면 더 쉬다가 나가고 싶을때 나가라고 하길래 ㅇㅇ하고 더 딩굴거리다
B가 분리수거를 하는 동안 시계를 봤는데 예약해둔 고속버스 시간이 간당간당한 것임
그래서 야 너 뭐하냐 빨리 나가라, 쓰레기는 내가 있다가 나가면서 버릴께 하고 집주인을 내보냄
그러고 더 자다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쓰레기 버리기로 한 거 생각나서 쓰봉을 찾음.
근데 쓰봉이 반도 안 차있길래 뭐 버릴거 없나 하다 화장실 쓰레기통 있던 거 생각나서 들고 와서 부음
쓰레기통을 부으면 밑바닥에 깔려 있던 쓰레기가 맨 위로 오게 되잖음.
근데 거기에
클렌징 마스크가 떡-하니!!!
심지어 뭔 가면처럼 눈코입 모양으로 화장품이 뭍어있음!!!!! 립스틱 색깔도 겁나 특이한 완전 쌩 마젠타
나는 화장을 안 하니까 당연히 내꺼는 아니고 B가 여장취미가 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동작을 잠시 멈추고 어떻게 해야 이 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함
냉장고에 계란 한 판이 있었는데 그걸 벽에 다 던지고 나오면 좋지 않을까 잠깐 생각하다 그냥 사진을 한 장 찍음
그리고 쓰레기 봉투 묶어서 밖에 내놓고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감
분노의 페달질을 하며 망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생각하기가 넘 귀찮길래 그만두고 집에 도착 후 B에게 잘 도착했냐고 메시지를 보냄
답장이 오길래 내가 니네집 화장실에서 화장품 닦은 클렌징 마스크 발견했다, 뭐니 하고 물으니
B는 뭔지 모르겠다, 잠시 생각해 보겠다 하더니 몇분 후 답장을 보냄
몇 주 전 본인이 집을 비우는 동안 여동생이 모 아이돌 콘서트를 보러 서울에 올라간다길래 그 근처인 본인 집을 빌려줬는데 그 때 걔가 버린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얘가 걔야. 하더니 여동생 사진을 한장 보냄.
여동생 그 특이한 채도 100 마젠타 립스틱 바르고 있음
그래서
' 그렇구나, 나 계란 다 깨버릴뻔 했지 뭐니. 그리고 집에 오는 내내 별의별 상상을 다 하다가 동호대교 지날때쯤 넘 머리아파서 관두고 걍 당사자한테 물어보자 하고 너한테 물어봤어 '
라고 심경을 전하니 B가
' 너도 많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구나 '
라고 답장을 보냄
저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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