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의 추억

유 진 정 2016. 1. 5. 08:16

휴대전화 뒤지는 남친 용서가 안된다는 글 보고 생각난 에피소드

이십대 초반의 초가을 
당시 남친과 우리집에서 놀다가 오침을 즐기고 있었다. 근데 잠결에 몬가 띠룽띠룽 전화기 버튼누르는 소리가 들려오는것이였다.

눈을 떠보니 남친이 나의 휴대전화기에 수신된 문자를 열람하고 있었음 

그래서 뭐하는 짓이냐고하고 전화기를 뺏었다. 그리고 나갈 준비하고 같이 차를 탔는데 뭔가 빡치기 시작하길래 운전중인 남친을 득득 긁었음.

넘 몰상식한 짓이다 그런짓을 왜하냐 일기장 뒤지는 엄마도 아니고 하면서 한참 긁으니까 남친이 

그럼 너도 내 전화기 보면 되지않냐 그러고 쌤쌤으로 쳐라 했는데 사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였지만 일단 들으니까 나도 호기심이 생겨서 남친의 스타텍을 오픈해보았다. 

걍 다 일 관련된 문자들이길래 바쁜 사람이군 하면서 휙휙보는데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온 문자가 눈에 띄였다. 

!  하고 펼쳐보니

ㅇㅇ오빠 혜미(가명)는 오빠를 넘넘 사랑해 뽀뽀 쪽~~~~! 

?????!!!!

이게뭥미....???

난 너무나 기가찼고 자기가 뻘짓거리 하고 다니니까 내 전화기를 뒤져본거구나 이것이 투사라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남친에게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읊어주었다.

남친은 자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며 혜미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왜 그런문자가 와있는지 모르겠다며 시치미를 떼었다.
그래서 수신된 번호로 전화를 검

(띠루룽띠루룽)

 

중년남성: 여보세요  

나: 여보세요 혜미씨 번호 아닌가요?

중년남성: 아 전 혜미 아버지인데요

나: 아 그러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댁의 따님이 제 남친에게 이러이러한 문자를 보냈는데요 

중년남성: ?

나: 남친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혜미씨라는 분이 일방적으로 보낸것이라고 하는데요

중년남성: ...

나: 따님 단속 좀 잘시키세요 아니 뭐 이런 .. 

중년남성: 제 딸은 일곱살인데요.

나: 예?

중년남성: 혜미는 일곱살이라구요.

나: ?

중년남성: 남자친구분 성함이?

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ㅇㅇㅇ여..

중년남성: 아..혜미 사촌오빠네요..

나: ....

중년남성: ....

나: 실례했습니다.. 끊을게여..

중년남성: 예.

(딸칵)

 

그렇다. 남친이 일곱살짜리 사촌동생의 이름을 까먹은 것이였다.

개무안해 하고 있는 나를 옆에두고 남친은 얼마뒤에 추석인데.. 그날 친척들 다 모일텐데..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