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불쌍해하는 마음

유 진 정 2015. 12. 10. 02:18


나는 동정심이 많은 아동이였다. 

통지표에도 동정심이 많다는 말은 빠지지 않았고 집에서 동물나와서 살고죽고하는 티비프로같은거 보면 동물이 넘 불쌍해서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음

그리고 그때마다 불쌍하다고 징징거리고있으면 엄마가 화를냈다. 


정확히 말하면 화까지는아니고 걍 니는 벨게 다 불쌍하다! 라며 소리를 질렀음. 그러면 나도 오기가 생겨서 불쌍해 불쌍하다고를 외쳤고 실갱이를 하다보면 슬픈마음이 좀 누그러지곤 했다.

암튼 그때는 토끼가 풀 뜯어먹는것만 보아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말을 못하고 뻑하면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혀버리니깐 


얼마전 자격증 시험을 치고온 지인이 시험장에서 자신의 마음이 매우 우울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냐고 물으니 자기는 걍 되면좋고 안됨말고 라는 맘으로 시험을 쳤는데 그 시험장에서 자기보다 나이도 훨씬많고 절박해 보이는 사람들이 시험망친것 같다며 대걱정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사는게 몬가 싶어서 슬퍼졌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뭔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벨게다 불쌍하다며 핀잔을 주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고 정심이란 감정은 어쩌면 오만함에서 파생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사실 안불쌍한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태어난 이상 우리는 모두 뒤지고 스티브 잡스가 흔적을 남기고 싶다던 우주역시 언젠간 소멸한다. 존재란 허무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생이라도 할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고 헛짓거리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풀뜯어 먹는 토끼를 보고있을때 느꼈던 슬픔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올때가 있다.. 그러나


토끼는 토끼나름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것이다.

중복임신까지 가능한 미친번식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폐지를 줍는 노인의 인생을 내가 함부로 재단할수는 없는것이다. 폐지를 주워 목숨을 부지할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사느니 뒤지고 말지 생각하는사람도 세상엔 수두루 빽빽일텐데


암튼 존재에 대한 연민은 맘 한구석에 모셔두고 있되 그것을 과도하게 표출하는등의 행위로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쌍한 존재가 나에게 위해를 가하였을때 그것을 봐주고 또 봐주다 보면 나중엔 불쌍해하는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니까 그런 서글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쓸데없이 불쌍해 하는 마음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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