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아베 그리고 소셜 놈

유 진 정 2022. 7. 8. 19:09

자고 일어나니까 아베가 총에 맞았다. 
2022년에 정치인 총격 암살 사건이라니 어딘지 현실감이 결여된 느낌이지만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켰고
미국은 낙태권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리아도 여전히 내전 중이고 중동에서는 커밍아웃한 가족을 명예살인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마는
보편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던 강대국들의 사건사고에는 보다 충격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에는 일종의 연쇄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일전에 푸틴은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일종의 social norm (합의된 사회적 규범?)을 바꿔 버렸다는
유발하라리의 인터뷰를 들었다. 
지난 수십년간 인류는 유래없이 평화로운 시기를 보냈고 강대국들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일종의 사회적 협약이 존재했었는데, 푸틴이 이 암묵적 약속을 깨버렸고 이런 행위는 개개인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새로운 냉전,독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생긴다.
라는 주장이었다. 

예전에 개드립에서 웃장을 깐 푸틴이 곰을 타고 달리는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기괴하다고 생각했다. 
북한처럼 격리된 사회도 아니고 캄보디아처럼 국력이 약한 나라도 아닌데 이런 황당한 이미지가 진지하게 유통된다는 점에서 푸틴의 세계관은 불길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아베 암살 속보를 듣고나니 그 괴상한 사진과 하라리의 social norm 관련 발언이 떠오른다.


불교용어 중에 인드라망이라는 것이 있다.
인드라(인도의 신, 제석천 이라고도 불림)의 궁전에는 무수한 구슬로 엮인 그물망이 있는데,
그 그물은 끝없이 넓고 구슬 하나하나가 서로를 비추며 모두 연결이 되어있다.

우리의 세계도 이와같이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구슬이 서로를 비추듯 유해한 의도는 유해한 결과를 이끌어내고, 그렇기 때문에 공생을 추구하는 편이 좋다.
뭐 이런 식으로 이해했다.
사실 불교용어까지 들먹거릴 필요도 없는 당연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