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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초단편 영화제

유 진 정 2022. 10. 23. 23:49

방문
근처 살 때 맨날 장보던 이마트 근처 CGV에서 열렸다.
이사 이후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영등포였는데 여전히 공기에선 핏빛이 느껴지고 사람들의 표정은 불길해 보였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예수천국불신지옥을 외치는 몇 무리들이 보였고 확성기 소리를 들으며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제는 꽤 신선했다.
영화 픽은 일행이 대신 해주었는데 브뤠셀 단편영화제 특별선과 경쟁6:엄마에게 이렇게 총 12편 관람

브뤠셀하면 머리를 16년 동안 자르지 않고 여행하던 안토니와 살면서 단 한번도 악몽을 꾼 적이 없다던 리오가 생각난다.
둘다 브뤠셀 출신이었고 선량하면서도 괴상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이런 인간들이 태어나 자란 동네는 어떤 곳인가 궁금해 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까먹기 전에 감상평을 짧게 써둔다


브뤠셀 단편영화제 특별선

- 고물차 <줄리앙 앙리>

개노잼 첫번째게 이거여서 아 ㅅㅂ 한시간 반 어떻게 버티지 잠깐 걱정함
음주뺑소니로 딸을 잃은 라이더 부부가 범인을 잡아 카레이싱에 강제로 참여시킨 뒤 죽이려고 하다가 용서해준다는 내용이고 그게 전부임. 반전도 통찰도 디테일도 없음. 심지어 레이싱 장면조차 평면적이라 그 어떤 박진감조차 느껴지지 않아서 그게 나름대로 충격적이긴 했음 감독이 배짱이 좋은듯


- 타이탄 <발레리 카노이>

남자로 인정받고 싶은 소년이 신고식을 호되게 치루러 가는 내용 연기도 연출도 좋았음
주구장창 뒤통수에 꽂고 다니던 담배 엄마한테 물려주고 불붙여 주는 장면에서 엄마미소를 짓게됨



- 패턴 <테오 기요>

걍 만화과 졸작같음 유럽애들은 왜 인간 얼굴을 꼭 저렇게 그리지



- 공통의 것 <안 시로, 라파엘 발보니>

제일 좋았음. 캄비오(쏘카나 따릉이 같은 공유자동차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인들의 천태만상을 그림
다자연애 레즈불륜 커플 등이 등장하는데 남녀관계에 인위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라는 감독의 메세지가 와닿았음
연인을 공유하는 모습을 자동차 공유시스템에 빗댄 것이 신선했고 배우들 연기도 귀여웠다.
데이팅 앱 프로필을 볼 때마다 저 중 얼마나 많은 사진들이 그들의 ex에 의해 촬영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뭐 그런것도 떠오르고 암튼 굿


-아름다운 세상 <한스 바네텔보츠>

고급 다이닝에서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
웨이트리스는 모친이 돌아가실 위기이고 주방장은 파트너의 계획되지 않은 임신때문에 심리적 코너에 몰려있는 상태,
아픈 부인과 함께 온 남편은 뒷자리 주정뱅이 와이프와 호색한 남편이 거슬려 죽겠고
뭐 대충 그런 사람들끼리 갈등이 고조되다가 폭발하는 내용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정말 스트레스 받았다. 마치 그 상황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느낌

예전에 그 김수미 최민수 조영남 등등 데리고 기획했던 예능 첫 화부터 개싸움 났던 것처럼 부정적인 인간 고유의 파동과 진동 뭐 그런 것들은 서로 강력하게 상호작용 하게 되고야 마는 거 같음 (반대도 마찬가지)

아무튼 영화가 캐릭터 묘사를 치밀하게 해놨고 대사도 찰짐 보고 나니까 담배피고 싶었음




경쟁6:엄마에게

- 알리 <샤론 안디아 세비야노>

근친 내용인줄 알고 조마조마했는데 그건 아니었고 나름 반전이 있었음
'엄마에게'가 타이틀이길래 신파극들 나오려나 하고 걱정했는데 첫번째부터 ㅎㅎ그럴리가요 라고 말하는 느낌이라 안심

 

- 지나가는 구름 <페이옌 탕>

영상미도 연기도 좋았는데 뭔 소린지 모르겠음



- 내가 몰랐던 엄마 <하비에르 로아트>

제일 좋았음
영화 도입에 ' 손으로 일하는 자는 노동자다, 손과 머리로 일하는 자는 기술자다, 손과 머리와 마음으로 일하는 자는 예술가다, ' 라는 쿼트가 나옴
십년간 함께한 파트너와 헤어진 감독이 파트너가 짐을 빼는 동안 본가로 돌아와 자신과 동생들을 위해 노동하는 엄마를 찍는 내용
마지막까지 보고나면 저 첫장면의 쿼트가 떠오름



- 아들을 위하여

아 이런 모정은 싫다. 부담스러워
자식을 낳고 최약체로 전락하고 마는 싱글맘의 광기를 그림
그러고 보니 모든 단편에서 아버지가 역할을 하고 있는 집에 비해 안 하고 있거나 아예 없는 집의 상황이 비참하게 그려지는군



- 사랑 <알베르토 올리비아>

초단편이라는 타이틀처럼 정말 짧음 1분 정도였나? 그러나 가장 충격적이었음

아기를 내려다보는 엄마의 모습이 일인칭으로 잡히는데 처음에는 너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기쁨을 주었다며 사랑을 속삭이던 엄마가 갑자기 표정 변하면서 그런데 왜 우리 아기 얼굴을 할퀴었니? 눈이 멀어버렸잖어 하고 상대가 들어있는 세탁기 버튼 눌러버리는 영화 (아기소리 내던건 사실 고양이었음) 감독 궁금해서 검색해 봄



- 엄마아빠 감사합니다 <정다예>

마지막 장면 엄마 역할 맡은 배우 표정만 기억에 남음




- 맞담 <김준형>

초단편영화제 GOAT ㅋㅋㅋㅋ 이건 어디서 찾아서 보라고 추천하고 싶음 그래서 줄거리는 안 적겠음




- 물에 빠진 사람들 <전혜은>

딸 친구랑 엄마랑 레즈섹스 하는 내용일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평범한 소재와 줄거리



총평:

초단편이라는 장르가 매력적. 근데 다 보고 나니 뭔가 탑건 같은 것으로 머리를 좀 비우고 싶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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