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정주영

유 진 정 2023. 1. 23. 22:02


알라딘 뒤지다 찾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은 단행본 만화책임

1992년 초판이 발행되었고 정주영의 대선 홍보자료로 무료로 배포되었다.
그 전략은 당시 아동이던 나에게 직격으로 먹혔는데 이걸 읽고 엄청나게 감동해버린 나머지
주변의 어른들에게 정주영에게 한 표 주십사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만화라는 매체의 성격에도 매료되었다.
그 전까지 읽던 그림책이나 소설책과 비교가 안되는 파괴적인 전달력이라고 생각했음

 

아무튼 다시 구해놓고 실망할까봐 읽는 걸 미루다가 며칠 전 용기를 내어 완독했는데
다시 한 번 개같이 감동해서 앞뒤로 구른 뒤 정주영 개짱을 외치고 추모 페이지 들어가서 사진 찾아 봄 

하지만 역시 어른이 된 뒤 읽으니 비판할 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들어 책 내내 본인 성공의 비결은 다름이 아닌 성실과 정직뿐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데
성실하고 정직하기만 해가지고 재벌 될 거면 대한민국 국민 절반은 재벌이 되었을 것이다. 

기업가가 거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냉혹함과 운, 주변의 희생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책에 묘사되지 않은 그의 행적들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봤다.

다른 기업들은 최소 0년은 걸려야 끝낼 수 있다는 프로젝트를 현대가 절반 기간에 끝내 버리고
역시 갓주영이라는 칭송을 듣는 에피소드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경쟁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만큼 현장 사람들을 갈아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촉박한 기간 탓에 많은 작업자들이 사망했다고.. 하지만 혹사의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적용하였고, 생활도 검소했다는 점에서 존경을 받았던 것 같음) 

박정희도 잠깐 나오는데 둘이 코드가 잘 맞았다고 한다.
어느 국가던 고도성장 직전에 잔혹한 능력자가 등장하는게 공식인듯. 시대가 인물을 소환하는 느낌

해밀턴도 생각났는데 이런 류의 맨주먹으로 시작한 자수성가 야망남들이 배우자 맘고생시키는 것도 공식인 거 같음
정주영의 부인 변중석은 시집을 오고나니 이미 큰 아들이 존재해 있었다고 함
그 후로도 정주영이 갓난아기를 집에 들고 들어오면 묻지고 따지지도 않고 받아서 길렀다고 하는데 속이 괜찮았을까?
(그 수가 무려 8남 3녀라는데 데리고 들어온 것만 이정도면 안 데리고 들어온 애들은 몇 명일까 싶음)

아무튼 정주영 여자관계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꽃뱀한테 걸렸다가 털린 해밀턴은 걍 선녀수준임
박정희도 그렇고 한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유독 좀 여자문제가 지저분한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 한녀로써 상당히 유감스러운 지점임 

업보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는데,
인생을 아주 멋있게 살아낸 정주영도 자식들의 불화(aka 현대 왕자의 난)로 인해 죽는 순간이 편하지 못했다고 함.. 카르마~

끝으로 그가 남긴 명언 몇 개 정리하고 마무리

 

- 스스로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은 나쁜 운이란 없다.

- 여유가 없으면 창의가 죽는다. 나는 경험으로 그걸 체득한 사람이다.

- 폭 넓은 인간 교류는 나에게 유머를 잃지 않게 하고,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고,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공감대를 확대시키고, 그들의 정서를 흡수함으로써 사람이 빠지기 쉬운 사고의 경직을 방지해 준다.

- 10배로 일하는 사람이 10배는 피곤해야 맞는 이치인데, 피곤해하고 권태로워하는 것은 오히려 게으름으로 허송세월하는 이들인 것을 보면, 인간은 일을 해야 하고 일이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 밖에는 못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 참다운 지식은 직접 부딪혀 체험으로 얻는 것이며, 그래야만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