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용량 정리하다가 몇년 전 틴더남과의 대화를 복기함
해외에서 연구하다 들어온 총각이었고 본격 대화 시작 전 학벌의 과시를 느껴버리는 바람에 보사삭되고 말았지만 토론 자체는 인텐스하고 재밌었음. 똑똑한 사람이랑 이야기하니까 나까지 똑똑해지는 느낌
(전략)
상대: 폴리아모리는 모노가미와 결혼했을때 행복도가 떨어질 것이다. 커플이 둘 다 폴리아모리인 경우 이상적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나: 뇌화학물질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도파민형 인간은 도파민형 인간과 맺어진다는 소리다. 충동적인 두 사람이 한공간에 존재할때 재미는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결혼이라는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까?
두 폴리아모리의 조합이 이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다.
상대: 60억 중 가장 잘 맞는 2명을 매치시켜도 그 결혼이 과연 최대 행복치에 도달할 수 있을까?
1:1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상대의 단점이 보이게 되는데 사람들은 보통 그걸 극복하며 살아가고 상대에게서 채우지 못하는 욕망은.. 예를들어 나는 전시가 좋은데 상대는 노관심이다, 그럼 친구랑 전시를 보러 다니며 결여를 해소하지 않나
그게 섹스는 안되는 걸까?
나: 기혼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외도가 발각이 되기 전까지는 오히려 부부관계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충실도가 올라간다던가 하는 방향으로
하지만 중요한 건 공표를 하고 행하느냐 음지에서 행하느냐 라고 생각한다. 골드스푼이라는 앱에 대해 아는가?
상대: 들어는 봤다. 남성의 경우 재력으로 여성의 경우 외모를 필터로 하는?
나: 친구가 그 시스템에 대해 듣더니 너무 노골적이면 매력이 없지. 라고 답했는데 이것과 폴리아모리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또 최근 중국교수가 미의식과 도덕의 상관관계에 대해 졸업축사를 했는데, 나에게 골드스푼이라는 앱은 일단 이름부터 허들이 있다. 미감이 박살났다고 느껴진다.
그러니까 그 박살난 미감(이자 도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만 만나게 되는 장이라는 거다.
최근 골드스푼 남성회원이 앱을 통해 만난 이백여명의 여성 몰카를 풀었다. 심지어 이름과 나이, 직장을 모두 테그해서
상대: 헐
나: 굉장한 악의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는 자살했다.
상대: 도대체 왜?
나: 모른다. 세상이 증오스러웠나보지
아무튼 그래서 폴리아모리 형식으로 나랑 결혼하자, 왜냐하면 이것이 최대행복도에 더 보탬이 됨으로. 라고 말하는 사람들끼리 행복해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상대: 만약 오픈메리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타인 존중보다는 selfish 한 이유인 경우 그들이 결혼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즉슨 이것은 시스템 (= 오픈메리지) 의 문제라기 보다는 애초에 (모노가미 하에서) 이런 사람들로 필터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지속성이 어렵다?
나: 바로 그거다!
상대: 20% 정도의 커플이 폴리아모리에 동조하면 이 시스템은 순식간에 사회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필터링 문제가 있으면 초반 1퍼센트가 정말 말아먹어버릴 수 있겠군
나: 백세시대에 고루한 혼인시스템을 박살내기 위해 내려온 매드 사이언티스트신가?
상대: 왜 1:1 결혼이 강요되었을까 무슨 기능때문에
나: 육아
상대: 육아 자체보다 육아의 책임이 어느쪽에 있는가 명확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게 한계였던 듯 하다.
아이 아버지가 불분명한 경우 여성 혼자 육아를 맡게되고 이 경우 육아가 어렵다.
결국 유전자 검사가 없었기 때문에 인류가 1:1결혼을 시키고 혼전순결을 강요하고 내시를 만들어내고 했던게 아닐까?
= 1:1 결혼의 사회적 기능은 유전자 검사가 없던 시기 생물학적 아버지를 명확하게 하고자 했던 거 외에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심리라는 부분은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하고 있는건가
상대: 왜 소유욕은 전부 sexual 한 것에 관련된 것일까 하면 역시 이것은 그것만 인류적으로 통제해왔기에?
나: 여성은 좀 다른 것 같다. 육체적 바람보다 정신적 바람에 민감한..
일단 애가 자기 애라는 확신을 가질수 있는 성별이니까. 중요하게 여기는건 부양이기도 하고
아주머니들도 남편이 어디서 술집여자랑 잤다, 이런거보다 웬 년에게 집을 얻어줬다 내 목걸이는 안사주면서
뭐 이런 것에 더 빡쳐하는 듯 하다. 나라도 그럴 거 같고
상대: 확실히 그럴 느낌. 폴리아모리는 남녀 평등의 환경에서 좀 더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다.
동일한 역량의 남녀가 사회에서 동일한 수준의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폴리아모리가 가능하다.
나: 이쯤되면 배경이 궁금해진다 왜 이 주제에 꽂혔는가
상대: 네트워크 공부하다가.
그리고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살면서 n 명과 의미있는 성적 관계를 가져야 욕망의 결여를 의미있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n명은 simultaneously 는 아니고, 살면서 이게 안된 채 결혼한 사람들을 추적조사해 본 결과 결여에 찌들어 있고 욕망에 드리븐 당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략)
상대: 사실 수학지식이 도움이 되는 건 거의 없는듯. 왜냐하면 사회학에서 쓰이는 수학이 진짜 수준이 낮다.
나: 그래도 그런식으로 뇌를 트레이닝 해두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기능하지않을까. 좀더 창의적으로 설거지를 하게 된다던지
상대: 그런 것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대학을 헬스장이라 본다.
우리가 스쿼트를 배우는게 사실 쓸모는 없지만 근육을 늘리는것이 핵심이듯 뭔가 이상한걸 학교에서 배우는건 사실 그 지식 자체를 쓰기 위함 보다는 사고의 폭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지만 나는 헬스 회원이 아니라 PT 선생이라서 뭔가 실질적 트레이닝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등운동법 (= 수학) 을 배웠더니 쓸일이 없더라는 결론이 나와버렸다.
그런데 헬스장 비유는 좀 괜찮지 않은가? 대학교육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특히 사회학 배워서 어디다 쓰냐 이런 사람들한테
나: 진학을 앞둔 불안한 고딩에게도 해줄만한 말이다.
근데 또 사고의 폭이 정규교육만으로 넓어지는건 아니자나요, 라고 반박하면 뭐라고 하지
상대: 홈짐보다는 헬스장 기구가 더 효율적이라고
나: 그리고 짐메이트
상대: 그렇다 Peer effect.
나: 그리고 같은 조건을 가졌을시 틴더 프로필에 학력을 적어두면 매칭 성사율이 더 높다. 이런 것도 말해줄 수 있겠다.
상대: 그런 지점이! 내지는 사회적으로 이상한 주제도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다. 역량의 강화.
나: 오늘 대화 즐거웠다.
상대: 나도. 조만간 만나서 대화하면 더 재미있을듯. 최대한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기로
나: 다음 주제가 아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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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놓고 서로 말 안 걸고 안 만남ㅋㅋ
읽다보니까 어떤 종류의 남자들이 날 기피하는지 좀 파악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