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요/미술

권진규 아틀리에 투어 (feat.홍기하)

유 진 정 2023. 4. 4. 01:19

 
날씨가 좋아서 나가기로 했다.
행선지를 궁리하다 답이 안나오길래 만만한 국현으로 향했다.
만만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 일대가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예술인 패스로 입장료가 공짜인 것도 뭔가 심리적 안정감을 줌

그런데 이날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페터 바이벨이라는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참여형식이라 관객들 줄 서있는 광경이 롯데월드를 방불케 했다.
셀피 찍는 관객들의 무관심 속 바위 세덩이가 바닥에 놓여 있었는데 다가가니 헉헉하고 신음을 한 것은 정말 웃겼다.
작품 제목부터 신음하는 돌이다. 아무튼 이 전시는 평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진이 쭉 빠지길래 GG치고 나가다 오기 전에 보내둔 톡방 확인했더니 답이 와 있었다.
 

 
홍기하 작가는 요즘 권진규 아뜰리에 입주 중이다.  

안그래도 국현에서 전시정보 보려고 키오스크 막 누르다 권진규 자소상이 떴었는데 오늘은 여기군 
30분 거리로 가깝기까지! 너에게로 달려가~
 
 

응 못 달려가~~ 언덕이야~
 
 
 

 
 
 
 

이리오너라~~
 
 
 

표정 봐ㅋㅋ
 
 
 

아 위에 고안철이 분신사바 하라고 한 이유는 권진규가 여기서 작업하다 자살을 해서..
위대한 조각가가 자살한 아틀리에에 브레이킹 베드 치킨집 티셔츠 입은 홍기하라는 존재가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매우 볼만했다. 

권진규 사진 보니까 나랑 잘 엮이는 음기 강한 남자상이시던데 분신사바해서 만났으면 우리의 양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을까,,
 
 
 

 
 
 

 
 
 


 
 

더 글로리 보며 폭풍드로잉하셨다는 손들. 이런 식으로 점점 추상화 하는 거라고
 
 
 
 
 

 
ADHD 발동해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기하씨가 특유의 느린 몸짓으로 어렵게 구했다는 권진규 책을 들고 나왔다. 
첫페이지 보고 감동하여 카메라를 들이대니 긴 손으로 먼지를 샤샤샥 털었다. 
 
 

 
 

 
 

 
 

 
권진규 비너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광기를, 기하씨는 위트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 사람 인물상은 다 귀기가 느껴져서 무섭다.
동물 조각은 좀 더 건강한 느낌. 감정보다 감각을 사용해서? 아님 사람보다는 동물을 사랑하기가 더 쉬운 거 같은 걸까?

말 엄청 만들었고 조각가들 동물에 진짜 환장해.. 라는 기하씨 혼잣말을 듣고있으니 오아마루 소떼들이 생각났다.
동물의 형태에는 매료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개 주둥이도 옆에서 보고있으면 너무 놀랍다
 
 

 
 

빈소 어떡해 너무 무서워
 
 

 
당시 조각가들의 몇 안되는 수입원은 종교상이었다고 하는데 예수상을 저렇게 만들어 줬다고 한다.

당연히 빠꾸를 먹었고 기하씨는 저렇게 지맘대로 해놓고 빠꾸 먹었다고 슬퍼하는 건 좀 어이없는 거 아닌가..
라고 하셨는데 권진규가 느꼈을 충격이 너무 이해돼서 순간적으로 자신이 싫어짐

그런 맥락에서 기하씨도 꽤나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상대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작가 이건 귀하네요 
아니 걍 인간으로써도 귀함
 
 
 
 

책 또 갖고 왔어
 
 

헤밍웨이신줄
 

 
옛날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영어강사 알바를 했었는데 버스타고 출근하면서 방석집 간판들을 봤다.
그 중 한 군데 상호명이 로뎅이였고 간판에 생각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로뎅이 오늘날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기하씨의 설명을 듣다보니 이 기억이 떠오름
 
 

 
으으 이거 새벽 세시쯤 클럽 화장실에서 거울보면 느끼는 거자너 거울 속의 존재가 내가 아닌 뭔가고 그게 나를 들여다 보고 있는 느낌 정신 출타하는 그 기분

아니 근데 그 젊은 작가들 레지던시로 공간을 쓰면서 이런 글을 붙여두는건 좀..
여긴 담대한 사람들이 들어와야 할 거 같다.
 
 


 

화장실 다녀왔더니 뭐를 저렇게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음
 
 

보고있던 거
 
 
 
 

이제 롯데리아 갑시다 난 요새 새우버거에 꽂혔다고요
 
 
 

 
 
 
 
 
 

 
새우버거 먹고 인류의 나아갈 길과 정신병 사랑 정직 명상 등에 대해 수다떨고 나옴
기하씨가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가 사랑하는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대상이 인간이 아닌 것 뿐


그리고 우리 좀 서로 보완이 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음 왜 그렇게 느꼈냐면 키오스크 주문을 두 명이 노력해서 성공했고 아아.. 

그리고 기하씨가 나오면서 담배를 놓고온 거 같다길래 다시 들어갔는데 없었고
나라면 거기서 포기하고 작업실에 있겄지 하고 갔을텐데 아니라고. 여기일 거 같다며 다시 또 혼자 들어감 
아무래도 찾기 전엔 떠날 생각이 없어보이길래 따라 들어가서 저 소파 뒤에 낑겨져 있는 담배를 찾았는데 (사진)
의지와 발상의 콜라보 아님?

이 지점에서 성격이 다르면 보완이 좀 되는 거 같다고 느낌
기하씨가 개싫어하는 MBTI에서도 entp과 intj는 최고의 궁합 중 하나로 나오는데 intj 남자 만나고 싶다 왜 나는 애인이 없나?

사실 오늘 나오면서 꽤 처절하게 데이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소화시킬 겸 성북천에 꽃구경 가자고 했더니 기하씨가 왜 이 날씨에 나는 남자가 없는가! 다들 어디서 그렇게 잘도 만나는 거지? 라고 한탄해서 빵터짐
 
 
 
 

한녀포즈 하라고 시켜서 뭐 어떻게요? 하니까 입을 손으로 일단 가리라고
 
 

헉 음주체험.. 존나 좋아,, 라고 중얼거리면서 다가가는 중.  중독관련 쥐 실험 보는 거 같다..
 
 
 
 

 
얘기하다 걷다보니 동묘까지 와버림
사실 기하씨는 곧 뉴요커가 되실 예정인데 그래서 가기 전까지 많이 봐두고 얘기도 해놔야 됨
 
 
 
 

 
집에 가다가 밤 벚꽃 더보고 싶길래 우이천에 내려 걷다 들어갔다.
근데 벚꽃 명소랍시고 막 현수막에 조명에 지랄을 해놔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벚꽃은 명소와 군중 속이 아닌 평범한 곳에서 고요히 바라볼 때 존재가 더 온전하게 다가온다.
동네 카센터 앞 벚나무와 그 앞의 에쿠스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음

무심함이란.

(어때 브런치 작가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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