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이런저런 생각들

유 진 정 2023. 5. 19. 01:30

말은 하면 할 수록 사기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언어라는 것의 성질자체가 그러한듯

재밌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아 말 안하고 싶다~ 이런 순간이 그래서 찾아오곤 하는데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솔직하게 쓰고 말하려고 노력한다. 

관계에서도 장황한 말보다는 눈빛의 교환 등 비언어적 소통이 훨씬 더 강렬하게 작동한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밀실 등의 조건이 갖추어졌음에도 왱알거림을 멈추지 않는 상대는 키갈로 닥치게 만드는게 인지상정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얼마나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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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이 안와서 인스타를 켰는데 실시간 좋아요가 폭력적 속도로 달리길래 누구지하고 들어가봤다. 

성기를 지칭하는 저질워딩들로 도배되어있는 계정이었다. 문신왕창 치열엉망 약쟁이 흉내를 내는 어린 남자애가 주인인

씹합이 애새끼들 다 베려놨네ㅉㅉ~ 하면서 사진 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너무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담배 뻑뻑 피우며 찍은 셀피엔 고통스러운 문장들이 적혀있었다. 직접 만든 노래가사가 되게 감상적이고 우울하길래 옛날 펑크씬 소년들이 떠올라서 기분이 이상했다.

그땐 왜 그걸 편안하다고 느꼈을까 생각하다 고독하고 슬펐기 때문에.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Everybody's talkin' something very shocking
모두들 무언가 매우 충격적인 것들을 말한다네
Just to keep on blocking what they're feeling inside
단지 그들이 속으로 느끼는 바를 저지하기 위해서 말이지

지금도 여전히 고독하고 때에 따라 슬프다. 하지만 소중한 고독과 슬픔이라고 생각해
소년도 언젠가 그것을 깨닫기를 바라며 인스타 투어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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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존재론적 위기를 상시 느끼며 살아가는 SNS시대 존재들
비극이 없는 시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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