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랑 사진은 거창하게 달아놨는데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고 걍 내가 혈기왕성하던 시절 겪은 일임
썸타던 남자애의 아는 형이랑 술자리에서 만났다가 자버린 적이 있음
형이랑은 서로 귀찮아지니까 오늘밤 일은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합의를 보고 왜 연락이 안되었냐는 남자애에겐 거짓말로 알리바이를 댐. 그 후 썸에서 서로를 남친 여친이라고 부르는 사이로 발전함
그러다가 어느날 그 형이 무슨 다른일로 꼬투리가 잡혔는데 도둑이 제발 저리는 식으로 그땐 내가 미안했다!!!
폭로를 해버리는 바람에 남자애는 매우 화가 났고 내가 좋아하던 데이트 사진들을 다 찢어버리려고 하고 암튼 그랬음
난 내가 저지른 행위 자체에 대해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음. 우리가 10년 같이 산 부부도 아니고 사귀기 전 단 한 번으로 끝난 해프닝가지고 뭐 이렇게까지 화를 내나 싶었음
그러나 어쨌든 거짓말을 한것은 사실이고 그의 분노와 슬픔은 진실된 감정으로 보였기 때문에 일단 싹싹 빔
그래서 화해하고 넘어갔는데 문제는 그 후로 자꾸만 이 사건이 걸림돌이 됨
예를 들어 같이 록키호러픽쳐쇼를 보는데 거기서 주인공 남녀가 대장변태랑 서로 바람을 피우는 장면이 나오자 얘가 쓰레기 같은 영화라며 광분함. 그리고 몬가 어느 순간부터 점점 더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스스로의 삶에 대의를 끌어들이기 시작함
가진 자와 미국을 되게 싫어했던거 같은데 내 눈엔 걔가 그 형의 존재에서 미국을 보고 있는거 같이 느껴졌음
그리고 막 음란한 자들아 죽어버리라는 가사의 노래를 만들고 일 자꾸 그만두고 뭐만 하면 나한테 성의가 부족하다고 ㅈㄹ하길래 정떨어져서 헤어짐
그리고 몇년 뒤 다른 남자애를 만났는데 요샛말로 티키타카 잘 되는 사이였음
그런데 애가 뭔가 쓸데없는 컴플렉스가 너무 많았음
재능충에 옷도 잘 입고 했는데 자꾸 자기 컴플렉스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점점 걔가 못나보이더라고
그래서 사귀자고 할 때마다 우리 그냥 이런 편한 관계로 지내자 지금 내가 맘에 여유도 없고 이런식으로 입털어서 넘겼는데 제3의 인물이 내 앞에 등장함
그래서 걔한테 그렇게 됐다, 말하고 제3의 인물과 사귐
내가 남자라도 그 꼴 보면 기분이 정말 구렸을 것 같긴 한데 어쩌겠음 연애를 의무감으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근데 그러고 나니까 얘가 막 나의 도덕성과 제3의 인물에 대하여 비난하는 글을 자기 홈페이지에 올림
그 후 종교에 빠져 병역거부하고 깜방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음
음..
물론 두 사건 모두 우리가 미숙하고 혼란스럽던 시절 발생한 일이고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함
그러나 이러한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이데올로기와 종교의 본질 남성성의 Fragile 한 면 등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음
또한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하여도 생각하게 만들었음
결국 다들 쎅스 많이 하고 싶고 이성에게 인기 많고 싶고 잘먹고 잘살고 싶은건 마찬가진데 내가 더 정의롭네 도덕적이네 하면서 스스로를 고통 속에 빠트릴 필요가 뭐 있나 싶음.. 모두 홀로 죽어가는 존재일 뿐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