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땐 쇼펜하우어를 좋아했는데 그 계기는 책 서문에 동시대의 철학자가 써놓은
' 친구가 한명 있는 것과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쇼펜하우어에게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다. '
라는 문구를 우연히 읽게된것이었다. 너무 불쌍하잖아...!
암튼 그래서 한동안 그의 기일(9월 21일)마다 혼자 추도식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쇼펜하우어는 부와 명성에 집착하던 속물로 언행일치라곤 안되던 개자식이라며 비판한 칼럼을 읽게되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나니까 왠지 쇼펜하우어가 삶이란 블랙코미디라는것을 몸소 실천하여 보여준것 같고 암튼 더 좋아짐
물론 인간이란 우주의 맹목적인 의지에 휘둘리는 똥만드는 기계일 뿐이지를 설파한 사람이 주식투자에 몰두하고 그러면 좀 웃겨보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뒤질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실제로 쇼펜하우어는 자살이라는 행위를 극구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행하는 우발적 자살은 자유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저급한 행위라며 디스하는 사람이였다.
우리는 어차피 죽을거 왜사냐, 어차피 똥으로 나올거 왜 먹냐 와도 같은 문구가 말장난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삶을 사는 이유는 그것이 고통스럽고 웃기기 때문이며 밥을 먹는 이유는 먹는 행위가 즐겁고 밥을 안먹으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암튼 나는 본투비 게으름뱅이이기도 하고 생일은 슬픈날이라는 엄마의 자녀교육에 세뇌당한 염세주의자.. 주의자라는 말은 좀 구리니까 염세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밥해먹는게 너무 귀찮아서 걍 자다가 자연사해버렸으면 싶을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생각은 매우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일수록 스스로의 엉덩이를 걷어차 바깥으로 내몰고 시장도 보고 자전거도 타고 블로그에 잡생각도 정리해서 쓰고 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기분도 좋아진다.
하고나면 기분 좋아지는 일들의 목록을 만들어야지 하고 있다가 이 곡을 들었는데 저 레이저로 글씨 쏘는거 어떻게 한건지 넘 궁금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