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언니는 팔다리가 짧고 뚱뚱했다. 천식이 있었기 때문에 인헤일러를 항상 소지하고 있었다.
M언니와 처음 말을 트게 된 장소는 구내 식당이였다. 당시 식당에는 모든 그룹의 구역이 나뉘어져 있었고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판기와 가까운 안쪽 테이블에 모여서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나는 과묵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 테이블을 좋아했다. 서로 딱히 잘보이려고 하지 않고 여타그룹에 비해 인종적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조용한 식사시간이 끝나고 각자 잡지를 읽거나 가벼운 대화를 하던 중 M언니가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넣을 건전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언니는 그것을 집어들기 위해 몸을 움직였는데 그녀의 짧은 팔에 비해 건전지가 너무 빨리 굴러갔고 나는 M언니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발을 뻗어 건전지를 멈춘 후 그것을 집어 언니에게 건네주었다. 그날 이후로 조금씩 우리는 친해졌다.
우리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등장하는 고기를 칼로 삼등분해 스테이크를 만드는 일을 하였는데 가끔씩 고기의 껍질이 기계에 끼거나 하면 작업이 중단되곤 했다. 그럴때마다 M언니와 나는 고기의 지방이 묻은 작업대에 칼로 칸을 그려 오목비슷한 놀이를 하곤했다.
하루는 탈의실에서 M언니를 마주치게 되었는데 유니폼을 입지 않은 M언니의 모습은 꽤 재미가 있었다. 그녀가 코에 피어싱을 하고 있는것을 알고있었지만 모히칸 스타일의 삭발을 하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에겐 곧 몇명의 작업장 동료가 생겼는데 퇴근할때마다 내 얼굴에 초콜렛을 집어던지던 C언니와 18살 8살짜리 두 딸을 둔 J언니가 그들이였다. 여자 4명이 같이서서 일을 하니 별 시덥잖은 것에도 맨날 웃음보가 터지곤 했다.
M언니와 나는 혈혈단신 뜨내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처지였다. 언니는 계절별로 거주지가 달랐으나 고양이 4마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중 한마리의 이름은 패티 붐붐이였다.
언니는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말을 잘 하지 않았지만 물어보는것에는 대답을 잘해주었다.
학창시절은 어땠냐고 물어보니 불량배그룹에 소속되어 왕따를 시키고 다니다가 나중에 자기도 왕따를당했다고 했다. 어떤것도 즐겁진 않았기 때문에 그 시절이 지나가 버린것이 좋다고 했다.
M언니에게는 형제들이 있었고 언니가 멀리가야 하거나 할때에는 그 형제들과 조카들이 고양이 네마리를 돌봐준다고 했다.
하루는 언니가 특이한 질문을 했다. 크리스마스에 뭘 할것이냐는 것이였다.
이질문이 특이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당시가 7월 중순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언니는 시즌이 끝나고도 이지역으로 돌아올거지? 라는 질문을 여러차례에 걸쳐서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가진 비자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해야했다.
어느날 M언니는 농담삼아 나를 입양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제서야 나는 어째서 그녀가 크리스마스날 뭐할거냐는 질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언니도 외로웠던 것이다.
시즌이 끝날즈음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일을 그만두던날 바나나 케이크를 두개 구워가 C언니와 M언니에게 주었다. J언니는 내가 쉬던 주에 일을 그만두어서 C언니가 J언니의 인삿말을 대신 전해주었다.
M언니에게 내가 사용하던 수트케이스를 주기로 했기때문에 저녁때 언니가 숙소 근처로 차를 몰고 방문하였다.
언니는 이별을 자주 겪어본 사람답게 담담했다. 자신과 C언니의 주소지를 적은 쪽지를 건내주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라고 했다.
나는 언니가 타고 온 밴이 좋은것이라 왠지 안심이 되었다. 그녀가 항상 좋은 차를 탔으면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