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지하철

유 진 정 2016. 9. 23. 21:04

며칠전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로 가던 도중 선불 충전 요금이 똑 떨어져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통 00원 남았습니다. 문자로 예고를 해주는데 데이터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충전요금이 뭉텅뭉텅 나가고 있는 것이였음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내가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음으로 옆자리에 앉은 남학생에게 문자메시지 하나만 보낼수 있겠냐고 물어보자 선뜻 전화기를 내어주었다. 근데 남학생이 그때부터 영 안절부절하더니만 다다음 정거장에서 후다닥 내려버림 

젊은 친구가 숫기가 없구만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조인한 상대방이 니가 자기 번호딴 줄 알고 그런거 아니냐는 말을 하길래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전철은 몬가 사람들끼리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에서 재미있는거 같다. 기억에 남는 전철일화를 몇개 적어보도록 하겠다.




12홀 닥터마틴 신고 다닐때 끈메는 시간 아까워서 맨날 전철 탄다음에 끈을 메기 시작했는데 그걸 지켜보던 서류봉투 든 아저씨가 혹시 그림 그리냐고 물어봄. 

가끔 그린다고 했더니 서양화 전공하던 자기 동창 여자애도 대체 어디서 그런걸 구했는지 아가씨가 신고 있는 희한한 신발 같은거 신고 옷도 항상 후줄그레하게 (이 아저씨가!!) 입고다니곤 했다며 갑자기 혼자 추억속으로 빠져드심



옆자리에 앉은 장애인이 롯데샌드(파인애플 맛)를 와작와작 너무 맛있게 먹고 있길래 멍때리면서 쳐다보고 있었더니 롯데샌드 나눠줌



민소매에 반바지 입고 부산 쁘띠전철에 탔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옷차림 지적을 받음. 

머리를 쪽지고 하얀 한복을 입은 할줌마였는데 그런 옷은 수영장 갈때나 입는거라며 언성을 높힘. 아줌마 저 바다갔다오는 길인데요! 근데 아저씨가 아니라 아줌마들이 이러면 뭔 말을 못하겠음. 대충 어떤 심린지 알것같기 때문에..

그래서 걍 모르는척 서있는데 왠 아저씨가 내버려두쇼 보기 좋기만 하구만 이라며 대신 변호(?)를 해줌. 양사이드로 너무 코미디 같던 상황이라 기억에 남음 



부산 쁘띠전철에서의 일화2

정신이 좀 이상한건지 술에 너무 취한건지 아무튼 대머리 아저씨가 전철안에서 소리를 마구 지름. 

이명박 정권당시였는데 이명박 넌 왜 노무현처럼 살지 못하니라며 부르짖음. 그리고 갑자기 앞에 앉아있는 남자아이에게 가마가 예쁘다며 횡설수설하다가 애가 잔뜩 주눅든 목소리로 고맙다고 하니 고마워 쌩머리야 라고 말함. 


그러고 나서 또 장광설을 펼치다 나와 일행을 발견하곤 일본놈 친일파들을 싸그리 다 숙청해야 한다고 부르짖음. 

정황상 우리를 일본인으로 착각한것 같은데 암튼 앞에와서 소리를 꽥꽥 지르니 넘 싫었음. 속으로 빨리 저리 갔으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코피를 철철 쏟음. 


그때까지 느끼고 있던 짜증이 우울로 급변하는 순간이였음. 일행이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아저씨에게 줘버리고 내림   



할먼네 집 역 근처에서 산책하는데 왠 눈이 뿌옇게 먼 장님이 붙들어 세움. 

자기가 앞이 안보이는데 김밥을 사먹고 싶다며 도와줄수 있겠냐고 물어봄. 할일도 없고 해서 그러죠 하고 김밥집으로 안내했는데 이 아저씨가 보통이 아닌게 자기 몫을 너무 잘챙김..!

김밥집 가서 막 포장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하고 아줌마가 그렇겐 안되는데요 하니 자기 장애인인데 좀 도와달라고 함. 아줌마 말 들어줌. 

김밥집을 나와 땅콩파는집 앞에 지나가면서 옆에 뭐가 있냐 하길래 땅콩이 있는데요 하니 땅콩집 주인에게 땅콩 이천원 어치만 팔라고 함. 땅콩아줌마가 한됫박에 삼천원이라고 하니 아까 김밥집에서랑 똑같은 방식으로 장애인입니다 스킬을 시전하여 결국 땅콩을 에누리가로 구입. 아니 장애인인거랑 땅콩 이천원에 구입하는거랑 뭔 상관이야!


암튼 장애인입니다 할때의 태도가 일말의 비굴함도 없고 넘 뻔뻔당당해서 나는 완전 감탄하고 말았음. 

그러더니 이번엔 전철역까지 들어가서 자기 전철좀 태워달라고 부탁함. 잠깐 김밥사먹는거 도와주기로 한게 여기까지 옴..

전철에 태워주니 고맙다며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을 추천하고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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