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처 못한 이야기까지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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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극단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 그들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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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그 시절이 ‘좋았던 때’일 수도 있고, 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지옥’일 수도 있겠다. 굳이 현 기준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그들의 정글에는 미래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사진집 ‘SEOUL PUNX’는 인생 앞에선 덜 진지했고, 순간 앞에선 더 진지했던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2세대 펑크밴드의 무대 안팎 모습을 1만 2000장 사진 중에서 추려냈다. 이화여대 앞 거리공연으로 처음 그들을 접한 유진정이 그들의 게토 속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며 찍은 사진이다. 작가의 간략한 후기를 제외하면 어떠한 설명도 붙어 있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생생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랄까. 한국 청년 하위문화의 소중한 인문학적 기록지다.
그들이 워낙 배타적이었기에 외부 시선으로 그들에 대한 기록을 남긴 이가 거의 없어 더욱 그렇다. 1990년대 홍대 앞 느낌에 가까운 용산구 한남동 우사단길의 ‘시티카메라’에서 사진전시도 열리고 있다. 이제 더는 홍대 앞에서도 찾기 힘든, ‘홍대앞스러운 느낌’의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