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여성이에요

그레이트 브리튼의 망치부인

유 진 정 2019. 2. 22. 13:29

나는 밤에 듣는 BBC 2 라디오를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취향이 영국줌마저씨 취향인듯 

보통 이 시간대엔 이 노래 부른 가수가 누굴까요? 따위의 퀴즈쇼나 줌마저씨들이 좋아하는 노래(캣스티븐스/엘튼존) 메들리 등

뭐 하면서 배경으로 깔아놓기 좋은 느긋한 방송이 흘러나옴


그런데 얼마전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인터뷰가 흘러나오길래 하던 일을 멈추고 방송을 좀 들어봤음 

인터뷰의 대상은 어머니가 망치로 아버지를 이십여차례 내려쳐 살해했다는 가정의 아들이었고 나는 울 엄마 이해가 되는데요 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음


아는 사람을 망치로 살해한다는 것은 웬만큼 빡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사건의 전말이 몹시 궁금해졌고 기사를 검색해보았다. 





"그가 너무 그리워요" 헌신적인 부인은 왜 그녀의 사랑을 죽여야만 했는가? 



https://www.theguardian.com/uk-news/2018/sep/29/devoted-wife-who-killed-husband-with-hammer-sally-challen 


(엄청나게 긴 기사임으로 요약하겠음)




샐리라는 여성이 있었음. 아들 넷 있는 집안의 늦둥이로 태어남. 

엔지니어였던 부친은 그녀가 여섯 살때 사망했고 모친은 여자애가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때문에 대학은 안보냄


샐리는 15세때 리처드라는 청년을 소개로 만남. 22세였던 그는 자동차 딜러로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자신감이 넘치는 매력적인 청년이었음.

그에게 홀딱 빠진 샐리는 학교가 파하면 리처드네 집에 가서 밥을 해주는 지경까지 가게됨 -> 임신


샐리의 오빠는 샐리를 병원으로 데려가 중절수술을 시킨 뒤 리처드네로 가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리처드는 그게 내 앤지 어떻게 압니까? 로 응수


그 후 샐리가 리처드에게 딴여자가 있는거 아니냐며 추궁을하자 리처드가 샐리를 거칠게 끌고나가 내쫓음


샐리가 리처드의 재산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 둘은 결혼을 함. 아들 둘 낳음. 


샐리가 직업을 가지게 되자 리처드는 생활비를 샐리에게 지출하게 하고 본인의 수입은 수퍼카를 사는 등 취미생활에 몰빵


겉보기에 꽤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으나 그 커플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주변인들이 있었다고 함. 

왜냐면 리처드가 사람들 앞에서 공공연히 샐리를 모욕했기 때문에

누군가 샐리의 외모를 칭찬하면 그는 니가 벗은걸 못봐서 그렇다고 응수하고 평소 사람들 앞에서 샐리를 Thunder thigh(왕벅지?)라고 불렀다고 함


아들들은 성장함에 따라 집에 문제가 좀 있다는것을 인지함. 리처드는 자신이 전화요금을 내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때로는 전화기를 금고안에 넣어놓고 외출하는 등 가정의 독제자로 군림. 티비도 자기보고싶을때만 킬 수 있게 함

 

주변인의 증언에 의하면 부부의 성관계 역시 리처드의 철저한 통제아래 이루어졌음

리처드가 샐리의 벗은 몸을 보고싶어하지 않았기때문에 리처드가 오늘밤 한다! 명령을 내리면 샐리는 먼저 위층에 가서 옷을 벗고 대기해야 했고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리처드의 구박에 의해 샐리가 의사를 방문하기도 함(의사 소견 : 이상 무)  


그 와중 샐리는 집안일과 직장을 병행하며 리처드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비서노릇도 하는 등 또순이 가정주부 노릇을 열심히 해나감

리처드는 전화기 여러대를 가지고 다니며 성매매를 쥰내하고 돌아다님. 샐리가 그것에 대해 항의하면 당신 제정신이야? 술처먹었어? 등으로 강하게 부인


그들에게는 블랙모어라는 친구커플이 있었음. 어느날 커플끼리 놀러간 관광지에서 블랙모어 남편쪽이 샐리에게 굳나잇 키스(걍 캐주얼하게 친구끼리 하는)를 하는것을 목격한 리처드는 광분함. 블랙모어측은 미친거아니냐 로 응수. 그날 밤 리처드는 샐리를 계단으로 끌고 올라가 강간


어느날 티비에 나오는 매춘업소 광고를 보고있던 샐리는 이혼을 결심하고 별거에 들어가지만 매우 힘들어하며 전화통을 붙들고 삼.

얼마 지나지 않아 샐리가 리처드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애원하자 리처드는 위자료 협상에 동의한다면 ( 재이혼 시 자신이 샐리에게 지급할 액수로 2억을 제시 ) 생각해보겠다며 조건을 이메일로 보냄


둘은 재결합하고 리처드는 친척이 살고있는 호주로 이주해 여생을 보내자는 제안을 함 


이주 준비를 하던 어느날 아침 리처드는 베이컨 에그를 주문했고 장을 봐온 샐리는 무슨이유에선지 리처드가 자신을 버릴것이라는 예감을 함

리처드의 폰을 뒤진 샐리는 수전이라는 여성의 번호를 발견하고 리처드가 그녀를 데이팅 사이트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됨

샐리는 리처드를 추궁했고 리처드의 대답은 " 나한테 질문하지 마 " 였음


리처드에게 밥을 차려준 뒤 샐리는 망치를 들고 돌아와 그를 살해함

혹시라도 숨이 붙어있을것을 대비해 호흡기를 티 타월로 채워넣는 용의주도함을 보임


64세인 샐리는 18년 형을 구형받음


아들 둘은 ' 여생 중 엄마가 또 다른 누군가를 살해할 일은 없다 ' 고 주장하며 여성단체와 손잡고 항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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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해도 겁나기네 

비극적인 결말이긴 하지만 죽인 사람도 죽은 사람도 그닥 가엾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걍 둘 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극단적인 방식으로 추구하며 살았고 그에 따른 결과가 따라왔다는 생각.. 둘 중 어느 한쪽을 희생자라고 재단하는 것도 일종의 오만이 아닌가 싶고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에 나온 마누라 도끼로 쪼개서 죽인 의사 케이스도 생각났는데 유사하면서도 다른점이


의사 - 마누라의 괴롭힘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인지한 순간 살해를 결심

샐리 - 남편에게 버림받을 것이라고 인지한 순간 살해를 결심


https://digthehole.com/2996 


의사의 경우 법원이 샐리의 아들들이 주장하는 바과 같은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내렸던데 (징역 안살음)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궁금함

아니 애시당초 18년은 넘 심한거 아닌가? 초범에 재범확률도 적은데



+ 추가 

내가 이것땜에 구남친한테 DM까지 보냄

영국은 사람 죽이면 초범이라도 보통 15년부터 시작한다고 (고의성이 없는 경우 10) 너무 한국기준으로 생각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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