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오고 얼마 되지 않아 놀러온 친구와 함께 집 근처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간 적이 있다.
알바가 친절하길래 문 밀고 나오면서 여기 알바 되게 친절하다.. 라는 말을했는데 친구가 야 들렸겠다 라며 핀잔을 줌
뭐 어때 욕도아닌데 라고 받아치자 그는 아냐 그래도 기분나빴을 수 있어 인간은 복잡한 존재라고.. 라며 중얼거림
명절때 방문한 할머니네 집에서 책을 한권 얻어왔다.
초등학생때 아주 감동적으로 읽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책꽂이에 꽃혀있길래 저 주세요 하고 얻어옴
읽다가 엄청나게 운 기억이 있어서 일부러 안보고 꽂아만 두다가 며칠전 어디 한번 각잡고 쳐울어볼까 하고 완독.
지금 읽어도 과연 감동적일까 싶었는데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첫 장면 주인공이 할아버지 다리 붙들고 서있는 장면부터 질질짬
암튼 그렇게 챕터마다 한차례씩 쳐울며 읽다가 갑자기 주인공이 소작농 딸에게 선물한 빨간 구슬 달린 모카신이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해져서 책을 덮고 폰으로 검색을 해보았고 그 김에 작가 정보도 찾아보았다.
모카신이 영한 혼합어가 아니라 moccasin이라는 순수 영단어라는 것에 한번 놀랐고 작가인 포리스트 카터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이자 KKK의 지도자였다는 사실에 두번 놀랐다. 두번째는 정말 크게 놀라서 잠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야 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카터는 흑인학생 12명의 백인학교 등교를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고, 그의 kkk조직은 흑인 남성의 성기를 절단한 뒤 차 트렁크속에 방치하여 숨지게한 전적이 있으며, 조직은 금전관련 내분으로 인하여 해산되었다고;;;;;;;;;
그 후 카터는 본인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기 위해 포리스트로 개명한 뒤 작가로 데뷔하였고, 가족들과는 마찰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의 장례식엔 단 한명의 가족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의 열광적 팬이였지만 이 사실을 알고나서부터 더 이상 책을 감동적으로 읽을 수 없었고, 결국 서가에서 책을 치워야 했다고
충격이 좀 가시고 나서 책의 나머지 분량을 읽었는데 다행히 계속 감동적으로 읽히긴 했다.
작가를 의식하며 읽다보니 그가 대단히 호전적이며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들과 위선적 기독교도들에 대한 강한 혐오감도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는 그 어떤 백인 우월주의적 메시지도 엿보이지 않는다. 인디언 주인공들이 허위의식에 찌들어 사는 백인들을 관대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재단할 뿐이다.
kkk가 해산된 뒤 그는 대체 어떤 일들을 겪어왔던 것일까?
아무튼 인간은 복잡한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