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때 학교에서 BCG 단체접종을 실시함
접종 며칠 전 부터 애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는데 이유는 BCG가 불주사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에
불로 달군 주사바늘을 찔러넣는 것이라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타들어간 접종부위엔 피고름이 흐르게 된다며 다들 패닉했음
집에가서 엄마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엄마는 픽 웃으며 지금이 뭔 전후시대도 아니고 주사바늘을 불로 소독하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며 걍 일회용 주사기 쓸거라고 함
듣고보니 맞는 말이길래 담날 학교가서 애들에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해줌. 결론은? 씨알도 안먹혔음
주사놓는 사람 들어올때까지 다들 한맘 한뜻으로 불주사론을 굳게 지지하며 울부짖음
나는 그날 대중의 속성에 대해 깨달았음. 파리대왕 안경맨의 울분에 공감함
설리는 악플땜에 자살한거고
한강 실종 의대생은 친구가 죽인거고
세월호는 박근혜가 침몰시킨거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BCG접종일의 PTSD가 밀려오는데 한편으론 신기한거 같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날이 왔는데도 대중의 속성은 마녀를 불태우던 중세시대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게
연예인의 불우한 가정사와 쇼비지니스 업계의 착취적 구조,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분위기, 만연한 부패와 안전불감증 등을 파헤치는 것은 일단 재미가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인데 군중은 빠르게 목 매달 희생양을 원함 -> 군중심리에 빠삭한 언론과 정치인들이 물고뜯을 거리를 던져줌 -> 잠잠해짐 -> 반복
대충 이런 식으로 사회질서가 유지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