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은 왜 과소평가 되었나

유 진 정 2021. 6. 29. 19:42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 날이 더워 매운게 먹고 싶었다.

주인 아저씨에게 얼큰 순대국 얼마나 맵냐고 물으니 매운 거 먹는 사람 기준이라길래 그럼 걍 보통으로 주세요 하자
아 근데 못먹을 정도는 아니고 라면 먹으면 먹을 수 있어요.. 라며 테이블 앞을 서성이셨다.
아무래도 나에게 얼큰 순대국을 먹이고 싶어하시는 눈치길래 한 번 시켜봄

순대국을 기다리며 순대국집에 올때마다 하는 생각을 했다.
순대국은 훌륭한 음식이다. 맛있고 영양학적 밸러스도 좋으며 부추와 양파, 고추 등의 야채는 더 달라면 더 준다.
심지어 들깨로 맨든 귀한 가루는 원하는 만큼 맘껏 퍼먹으라고 테이블 마다 놓여있다.
해방 전 까지만 해도 귀한 음식으로 쳐주던 순대이다.
개념녀 테스트 따위에 남용될만한 음식이 아니다 이 말이다..!

반면 순대국의 안티테제로 등장하곤 하는 파스타를 보자.
시판 면만 있으면 집에서 얼마든지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바질 페스토 파스타 같은 경우 페스토 소스를 사고 면을 삶아 비비면 그걸로 조리법은 끝이다.
너무나 간단하기 때문에 장기여행 내도록 내가 주식으로 처묵한게 바로 파스타다.

하지만 순대국의 육수를 일반 가정집에서 우릴 수 있나? 찹쌀 순대를 뽑을 수 있나?
물론 가능은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공이 상당히 들어간 음식이 바로 순대국이다.
나는 한국에서 파스타가 과대평가된 딱 그만큼 순대국이 과소평가 되었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쓰고 나니 글에서 몬가 586 쉰내가 나는 것도 같은데 어쨌든 오래된 생각이다..

얼큰 순대국은 맛있었다.
아저씨가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입안이 순대로 꽉 차있었음으로 대답 대신 쌍따봉을 날려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