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을 떠올렸다
어릴때 간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기억나는 두 가지는 한라산에 올라가 입을 크게 벌리고 구름을 덥썩덥썩 베어 먹은 것과 성산일출봉의 분화구이다
그 넓고 선명한 녹색의 아가리를 보면서 저 아래로 마구 뛰어내려가면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막 굴러서 머리 깨지고 피철철 흘리면서 죽는건 안되고 안개처럼 사라져야됨)
경외스러운 풍경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데 왜 일까? 그것의 일부가 되고 싶은 것일까?
아무튼 그렇게 성산일출봉은 일종의 개인적 성지聖地로 남았는데
언제부턴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떠오르는 풍경이 바뀌었다. 큰 나무 밑에서 앉아서 천천히 죽는 장면이 떠오름
같은 장소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죽는 장면도 잠시 떠올려봤는데
죽음이란 삶의 꽤 중요한 이벤트이기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혼자인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때가 된 동물들이 혼자만의 장소로 들어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이모가 출근한 사이 돌아가셨다는데 이모는 그것을 몹시 속상해했다
주변인을 배려한다면 임종을 지키게 하는 것이 좋겠지만 죽을 때 만큼은 좀 이기적이어도 괜찮지 않겠나..
 진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