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고 머리는 머리

유 진 정 2021. 11. 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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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비 하면 되겠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몇 달 전 일이 기억났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들어오면 내가 리터칭을 한번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다음 미용실 갈때가 되기 전 한번 더 자른다. 머리 자르는건 재밌다. 조각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넘칠때면 뒷머리에도 손을 대는데 이건 대체로 결과가 좋지않다. 하지만 내 눈엔 안보이니까 거슬리지 않아서 그냥 살다가 명절이 되어 모친의 집을 방문했더니 모친이 경악을 했다. 머리가 이게 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 내가 잘랐거든. 했더니 사람이 멍청해 보이게 이게 뭐냐!! 집에가면 미용실부터 가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돌아와서 며칠 뒤 미용실에 다녀왔는데 아저씨한테 카톡이 와있었다. 머리 잘랐냐며, 니 엄마가 너 가고 난 뒤 울었다는 것이었다 what the…..

처음에 든 생각은 대체 왜 울었지? 였다. 아무리 갱년기라지만 이게 울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해보니까 좀 알 것 같았다. 삐뚤빼뚤한 뒷머리에서 너무 많은 것을 상상해 버린 것이다.

자식이 사회와 동떨어져 사는 것 같아보여 걱정되었을 수도 있고, 딸인데 외양에 신경을 대충 쓰는 것이 뭔가 불쌍(?)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모친의 생각일 뿐이고 진실은 그냥 뒷머리를 내가 잘라봤다는 것이다.

이십대 초반 스포츠 머리를 하고 집에 들어왔을때도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때도 아마 비슷한 상상의 프로세스를 거쳤던 것 같다. 모종의 죄책감 같은걸 느꼈을 수도 있고

머리 하니까 또 생각이 났는데, 독순언니가 삭발을 한 지 좀 되었다.
팬데믹 격리 중에 아론이 이발을 못하러 가니까 집에서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어줬는데, 다 밀고나니 너도 해줄까? 하길래 그래 하고 밀었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시리긴 하지만 아주 편하다고 한다. 동료들도 갑자기 친절해졌다고..

또 또 하나 기억난게 있다.
예전에 주말마다 츄리닝을 입고 홍대에 나간 적이 있다. 그 요새 사람들이 입는 트레이너 말고 잘때 입는 무릎나온 추레한 츄리닝. 이유는 내 안의 뭘 좀 깨고 싶었음ㅋㅋ

아무튼 그랬더니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한달 정도 지난 후 당시 남친이 사람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어떻게 된건가 알아보니

차림새가 후줄근함 -> 임신초기라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는구나 -> 그럼 결혼을 하겠네 축하

라는 과정이 거쳐졌다고 한다.

엄마도 독순언니의 동료들도 홍대의 사람들도 모두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며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