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

혼돈은 자네를 뒤흔들지 모르지만 질서는 자네를 죽일 수 있다네

유 진 정 2024. 7. 8. 17:55

저저번 주 주말 강남역 가는 버스 안에서 INDO를 세번 연속 듣고
그래도 도착지가 멀었길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를 다시 읽었다
그런데 전자책 딱 구동시키니까 처음 뜬 페이지에 



저는 그대로 앉아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숲속 승려답지 않은지,
그들이 일하는 방법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부적절한지,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좀 더 점잖고 신중한 방법인지 혼자서 곱씹었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자 결국 아잔 수시토 스님과 저만 남았습니다.
그 순간 제 모습은 아마 언짢음과 짜증으로 가득했을 겁니다.
그때 아잔 수시토 스님이 저를 온화하게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나티코, 나티코, 혼돈은 자네를 뒤흔들지 모르지만 질서는 자네를 죽일 수 있다네."

그렇습니다. 저는 또다시 주먹을 너무 세게 쥐었던 것입니다.
세상이 마땅히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 안다고 상상한 것 이지요.
그런데 세상의 모습이 제 생각과 맞지 않자 울컥한 것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했어야 한다' 는 생각은 늘 저를 작고 어리석고 외롭게 만듭니다. 


오 와위 에이멘 할렐루야

세상이/타인이/내가 이렇게 했었어야만 한다 곱씹으며 분통터져 하는 거 ㄹㅇ홧병으로 가는 지름길 

명상원 가면 아오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싶은 인간의 광기를 목격하게 될 일이 가끔 있단 말임
종교나 영성쪽이 아무래도 결핍으로 허덕이는 사람들이 구원을 바라며 모여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고

허구헌날 정병러들의 기행을 접하면서도
부처님이나 법륜스님 같은 분들이 홧병걸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이 커서 그렇다는 생각을 했음 

그리고 사실 한 인간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모두 지금의 자신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유전자와 경험과 상황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데
나같은 범인은 거기까지는 들여다 볼 수가 없으니 몸서리를 치는 거고
전생의 전생의 전생까지 다 보신다는 부처님은 빡칠 일이 없으신 거고..
( 전생을 본다는 것은 일종의 은유이고 인사이트가 강화되면 한 인간의 서사와 상황의 맥락이 순식간에 파악된다는 뜻으로 해석함 )

진정한 알아차림엔 혐오가 수반될 수 없다는게 이 소리인 거 같음  
이쯤에서 떠오르는 개멋있는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