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삶의 큰 기쁨 중 하나가 산책인데.
누가 노친네 같다고 했는데 일단 킹정하고
산책 중 항상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애와 개와 노인이다.
걸어다니는 존재 중 가장 순수하다고 느껴지는데
스스로의 이미지를 덜 의식하는 편 + 시간적 여유가 있는 포지션으로 인해 형성되는 느긋한 분위기 때문인듯
아무튼 그런데,
오늘 산책 코스 중 지나게 되는 약수터에 노인장 네 분이 옹기종기 모여 패트병에 물을 받고 계셨다.
기다리려면 한참 걸릴 거 같길래 한 모금만 먼저 마셔도 되냐 하니 흔쾌히 그러라 하신다.
저걸로 마시라며 분홍색 파란색 약수터 바가지를 가르키셨지만
고개를 흔든 뒤 두 손을 오므려 물 나오는 입구에 가져다 댔다.
씻는 건 줄 알았던지 할머니가 반쯤 차 있던 페트병의 물을 내 손에 부왘 부어주시길래
손으로 마실 거에요. 하고 받아 마셨다.
< 원래 저렇게 마셔야 더 맛있어!! > 하는 합창소리가 들려왔고
다 마시고 고개를 드니 귀도리 모자를 쓰고 앞니가 없는 영감님이
이렇게 웃고 있었다!
부처님 말씀 중에 보시할 거 없으면 표정이라도 좋게 하고 다니라는 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물론 기분이 개같은데 억지로 웃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진심으로 웃는 얼굴의 전염성은 강력하구나,
전자렌지처럼 빠르고 간단하게 남의 마음을 데파주는구만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