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에서 신비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부분적으로, 그것은 슬픈 일이다.
신비주의자들은 신을 체험하는 오랜 과정을 거치지만 그래도 그들은 확신을 갖지 못한다.
한 번은 교회에서 설교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자 한 늙은 여인이 남았다. 그녀는 나에게로 왔다.
나는 그녀가 세상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매우 조심스럽게, 놀랍도록 눈부시게 밝은 황금빛 태양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광경을 본 꿈을 이야기하고 나서는 그것이 하나님이었는지를 나에게 물었다.
나는 처음에 의례적인 대답을 생각했다. "꿈을 더 자세히 분석해서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봐야만 한답니다."
하지만 나는 곧 전반적인 상황이 그녀에게 미칠 정서적 영향력을 깨닫고 움츠렸다.
이 노파는 죽어가고 있고, 평생에 한 번이라도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그녀에게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 그것은 하나님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녀는 매우 영적인 사람처럼 보였고, 평생을 하나님께 바쳤다.
그런데도 그녀는 평생에 한 번만이라도 하나님을 만나기를 필사적으로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인류의 대부분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길을 이미 잘 가고 있었지만 그 징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잭콘필드 - 깨달음 이후 빨랫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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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첫번째 명상 코스를 끝내고 고양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전주행 버스를 탔는데 머리가 하얀 동네 할머니가 내 손을 붙잡더니
' 꿈에 부처님이 나와 말 없이 꽃 한 송이를 건내 주셨다, 그러니 수행이 내가 할 일이긴 한데, 아직 가지를 못 하고 있다 '
라는 이야기를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하시는 것이었다.
' 그럼 가시죠. 신청 인터넷으로 하는 거니 젊은 분 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 라고 하니 할머니는 ' 아유 못 가, 일해야지.. ' 라며 다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 가족들이 운영한다는 쌀과자집 명함을 받아 내리면서 심경이 조금 복잡해졌었는데 저 일화를 읽고 나니 이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명상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가끔 목격한다.
아주머니가 가슴을 치며 자신이 느끼는 것들이 얼마나 특별한지, 여기에 대체 어떤 놀라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외치면 지도선생님이 ' 의미를 두지 마시고 그냥 감각을 관찰하시라 ' 는 건조한 답변을 준다.
그런 평범함은 계시를 원하는 이들에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질문이 되풀이 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답변은 절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몇년 전 지도선생님이 참여하시는 지역 그룹시팅에서 어떤 여성 분이 기공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좀 도믿걸 느낌의 외양이시기도 해서 나는 긴장을 타기 시작했다.
그룹시팅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시팅 후에 이런 사이비 같은 대화가 오가는 것을 보면 그들이 명상과 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오지랖 is my Samskara)
쓸데없는 질문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끊을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자기도 그게 어떤 건지 안다, 손바닥으로 고목을 가볍게 뒤흔들거나 구름을 움직이는 사람을 목격한 적도 있고.. 하시길래 나는 마음이 엄청나게 불편해졌다.
이 대화를 어떻게 중단시킬 수 없나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곧바로
'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의미냔 말이죠. 아무 의미 없지 않습니까. '
라고 하시길래 마음 속으로 Oh.를 외쳤다.
맞는 말이잖음. 그런 짓을 한다고 마음의 고통이 치유되나 세상의 문제들이 해결되나 고목이야 그냥 크레인으로 옮기면 되는거고..
책에 나온 말처럼 신비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언제나 슬픈 구석이 있다.
일상이 얼마나 노잼이고 고통스러우면 저렇게까지 특별한 계시를 원하게 되는 걸까 싶어지는 것이다.
남의 말처럼 하고 있지만 나역시 도파민 중독자로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심리이기도 하다.
중독자들이 남용하는 자극 물질 = 신비주의자가 갈구하는 초월적 경험
하지만 이런 종류의 추구에는 만족이라는 단계가 결코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