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밤에 사는 사람에게

유 진 정 2025. 5. 16. 17:45

전에 한 번 쓴 에피소드 같은데 못 찾겠으니까 다시 씀

마지막으로 춤추러 간게 2019년 파우스트였는데
혼자 갔고 입구에서 전에 밥먹고 헤어진 디제이 틴더남을 마주침
싫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분은 아니라 헐 안녕하세요 하니까 게스트로 넣어주심 

난 파우스트 갈 때마다 선글라스 가져가는데
왜냐면 거기 벽이 다 시커멓고 조명도 어두워서 선글라스까지 끼면 눈에 뵈는게 없어져서 좋음

암튼 그래서 들어가서 춤 ㅈㄴ추는데 어쩐지 신나지가 않길래 나오다가 입구에서 구남친이랑 마무리 개같았던 썸남이랑 암튼 이날 가는데마다 아는 사람 ㅈㄴ만남 
그러고 나니까 뭔가 현타가 오길래 새벽 세시에 이태원에서 동대문까지 걸었음

걷는 동안 토하는 사람 개수작 부리는 남녀 노숙자 노숙자는 아니지만 길에서 자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다가 첫차 오길래 타고 집에 감 

세시간 정도 자고 향천선원에서 하는 단체명상을 나갔음
책꽂이가 있길래 책을 한 권 꺼내서 펼쳐봤는데 딱 펼친 페이지에

' 밤에 사는 사람에겐 화가 있다 '

라는 경구가 적혀있길래 빵터졌고 그렇게 그날이 마지막으로 유흥하러 나간 날이 되었음 

 
엊그제 답답한 일이 있어 자정쯤 자전거 타고 좀 먼 마트에 감 
평일 밤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다 취객

그리고 먹을 거 좀 사서 돌아오는데 흰색 서브에 탄 젊은 남자들이 창문 내리더니 갑자기 아앙거리면서 신음소리를 졸라 크게 냄 
뭐지?? 하고 계속 가는데
신호 걸려서 다시 나랑 만나니까 또 그 지랄하길래 아 이거 성희롱이구나 깨달았는데ㅋ

암튼 그래서 저 밤에 사는 사람에겐 화가 있다 경구가 다시 생각났음

근데 또 그 화가 싫지 않을 땐 걍 돌아댕기는 거고.. 낮에만 사는 사람은 밤에 대해 알 수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