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죽음 삼계탕

유 진 정 2025. 7. 2. 22:44

마트에서 집어온 동물복지 통닭으로 삼계탕을 끓여 먹었다.
머리가 잘린 닭 위에 동물복지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붙어있는 것이 미묘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점심 뭐 먹었냐는 기하씨의 질문에 삼계탕. 내가 만들었다, 라고 대답하니 생닭 만지기 무섭지 않냐고 하길래 무서워!! 라고 사실을 고백했다. 이번에 겨우 두번째 도전하는 생닭요리이고 첫번째 때는 더더욱 긴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목 주변과 꽁지 쪽의 기름을 도려내고
날개 양 끝을 톡톡! 잘라내고
뱃속을 박박~ 닦기

생닭. 너무 노골적인 죽음이자 생생한 시체이다. 게다가 살색이고..

새삼 현대인들은 도축의 gross함을 애써 못 본 체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게 잘리고 가공되어 식탁에 오르는 고기들에서 시체의 이미지는 희석되어 있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장면을 가끔 대면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기르던 가축을 도축하여 먹거나 사냥을 직접 하던 옛날사람들에게는 생명을 취한다는 것의 의미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와중 어떤 절제, 또는 순리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을 무의적으로 학습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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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생선구이에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그래서 못 먹었고 지금도 못 먹음 
특히 그 익어있는 허연 눈알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저 모습이 식탁 위에 그대로 오를 수 있지 부조리 비슷한 것을 느낌

왜 동양권에서는 생선이 머리가 달린 채 식탁에 오르고 서구권에서는 잘린 채 오르는가 하는 의문이 아까 삼계탕 대화 중 잠깐 등장했는데 서양과 동양의 죽음에 대한 인식차이가 그런 면에서도 드러나는 거 같음

죽음 (동양)  =  삶의 일부. 순환의 과정 -> 수용의 태도 ->  생선대가리 그대로 ㄱ 
죽음 (서양)   = 끝,구원 또는 단죄의 시간 -> 회피의 태도  -> 생선 대가리 제거해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