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밝은 기억

유 진 정 2025. 8. 19. 19:09

예전에 이드페이퍼에 누가 귀여운 글을 올렸었는데
그 해리포터에서 디멘터가 인간의 좋은 것을 쪽 빨아먹으려고 달려들 때 패트로누스 마법으로 방어를 하잖음

그리고 그 마법을 쓰는 방법은 가장 격렬하게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인데
당신의 패트로누스용 기억은 그럼 뭔가요 하는 질문 글

나도 그래서 떠올려 봤는데 첫번째로 떠오른 이미지는 카오야이의 벌판이었음

전에 여행기에 쓴 적이 있는데 그 태국 부자들 골프치러 가는 리조트가 카오야이에 있단 말임
방콕에서 만난 작가가 거기 촬영 일거리를 받아서 가는 길에 나도 데리고 가 줬는데

리조트는 인상적인 공간이었음 
지중해풍 유럽 마을을 조성해놨는데 입구에는 무지개색 수퍼카가 즐비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로만식 수영장이 있고
소박한 민가풍으로 지어놓은 오두막 사이를 걷다보면 갑자기 인피니티 풀이 떡 하니 등장하고
디테일하게 유럽식 라운드어바웃도 만들어놓고 그러다 갑자기 에어컨 실외기 달린 피사의 사탑이 나오고  

전반적으로 쾌적과 천박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나는 곳이었고
그곳의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갈색 사람들이 장화를 신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없는 노동을 하고 있었음 

일행들이 촬영하는 동안 나는 자전거에 올라타 모든 수영장에 몸을 한번씩 다 담궈본 뒤 리조트 밖으로 탈출했는데
그날의 기록 

 

 

숙소로 돌아가 파자마로 갈아입고 단지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는데 이때 눈이 저절로 감길 정도로 행복했다. 
사람이 하나도 없고 날씨가 흐리고 따듯하며 주변은 고요했다. 
마일드한 저녁 미풍이 불어와서 면 파자마가 다리에 살짝살짝 닿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공사용 콘크리트 관 위에 앉아서 오렌지를 까먹는데 밑에서 새들이 뺙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 안에 둥지를 틀어놓은 모양  16/1/2017

 

 

두번째로 긍정적인 기억은 쥐새끼들 데려와서 쥐 장 안에 처음 풀어놨을 때

책가방 만한 사육케이지에서 부모 형제 쥐 15마리랑 낑겨 살던 쥐들에게 공간을 주니
처음엔 완전히 경직되어 있었는데 조금 지나니까 갑자기 우다다다다 질주하고 지들끼리 통통 튀어가며 레슬링을 시작했음 그 행태는 팝코닝popcorning이라고 불리운다고

그래 얘들도 노는 존재구나. 라는 사실이 그 순간 너무 와닿았음
데려오기 전에는 맨날 먹고 잠만 자고 있었는데 걍 놀 환경이 조성되면 노는 쥐들이었던거임

아무튼 그 순간 상당한 감동을 느낌. 동물 구조 같은 거 하는 사람들 이 맛에 하는 거구나 싶고
나중에 염라대왕 앞에서 니는 살면서 잘한 일이 대체 뭐냐? 들으면 쥐새끼들 놀게 해준거요 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뭐 그런 생각을 했음  

여러분은 디멘터가 다가오면 어떤 기억을 떠올리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