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씨는 요새 애가 낳고 싶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출산은 위험하고 사치스러운 행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고
무슨 심정인진 이해가 가는게 나도 요새 애들 보면 너무 귀엽다
그 조선시대였으면 할머니가 되었을 연령대이기 때문에 일종의 조祖모성본능(?)같은게 깨어나고 있는게 아닐까?
서른다섯 전후로도 애들이 갑자기 귀여워 보이는 시즌이 있었고
runnig out 되어가는 난자를 감지한 인체가 보내는 신호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주변의 딩크 언니들이 딱 그 나이 때 갑자기 사람이 변하면서 하나 낳을까 고민을 하는 것을 봐 왔고
그래서 나도 저러려나 하고 있었는데 진짜로 애들이 귀여보이길래 그때는 대신 쥐 새끼들을 데리고 왔다
엊그제 헬스장 엘베에서 내리는데
책가방을 메고 키가 내 배꼽까지 오는 소녀 둘이 서둘러 엘베 안으로 진입하려다 나와 충돌할 뻔 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마자 소녀들은 두두두 뒷걸음을 치더니
그 중 한 명이 뜬금없이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안녕하세요? 하며 배꼽 인사를 했다.
그래서 나도 안녕 하고 내렸는데 뭐야.. 졸라 귀엽잖아
버스 정류장에 버스 도착하니까 체육복 입은 여중생들이 고릴라처럼 팔을 휘두르고 괴성을 지르며 언덕을 달려내려오는데 그것도 귀여웠음. 새 인간들의 솔직함과 활기 너무 아름다움
근데 그게 심지어 내 애야, 그러면 미친듯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듯
- on the other side
몇년 전 놀이터 벤치에서 컵빙수를 먹으며 노는 유아들을 보고 있는데
베개만한 것들이 열심히, 어설프게 뛰어다니는게 참 건전한 풍경이었음
일행 분에게 애들이 너무 작아서 들고가기 좋겠다, 뭐 그런 말을 했던 거 같은데
그 순간 갑자기 00야!!! 하는 외마디 비명이 들려옴
사색이 된 애 엄마였음. 애를 잃어버린 거 같았는데
나 사람이 그런 표정 짓는 거 태어나서 처음 봄
얼굴이 너무 창백하고 눈이 너무 크게 뜨여있고
00야!! 00어디있니!!
소리를 지르며 빙빙 돌길래 다가가서 애 이름이 00냐고, 무슨 옷을 입고 있냐고 물어봤는데
사람이 너무 패닉이 오니까 옷도 기억을 못함
아아, 뭐 입었지? 뭐 입었더라?? 아, 갈색 바지에 분홍색 상의요
그래서 공원 다른 쪽이랑 화장실 가서 이름을 불러봤는데 어떤 여자애가 화장실 칸 안에서
네! 하길래 너 엄마가 찾는다, 했더니 옆에서 얘는 우리 앤데요? 하고 걔의 진짜 엄마가 나타남
자기 이름이랑 비슷해서 애가 헷갈린듯
그래서 아 00라는 애 엄마가 애를 잃어버려서 찾고 있다고, 이런 옷 입은 애 보시면 저쪽으로 와달라 하고
나와서 원래 위치로 갔는데 다행히 애 엄마가 애를 찾았음. 아유아유 울면서 애를 껴안는데
자식이라는 존재가 부여하는 거대한 중압감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순간이었음
가장 큰 약점을 세상에 내놓고, 그게 지 맘대로 걸어다니기까지 하는게 육아로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DvyCbevQb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