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대는 동안 가을이 다 가버리는 거 같다.
주말쯤 부터는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단풍구경을 가기로 했다. 어디로? 상계주공아파트로
여기서 유소년기의 절반을 보냈다.
남은 절반은 개포, 잠실 주공아파트에서 보냈는데 이 두 곳은 이제 이름도 못 외우겠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예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시절 개포 3단지는 초서민 동네였고 아파트 거래가는 오천 이백만원이었다.
아마 천만원쯤 더 받고 집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팔자마자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바람에 부모님은 홧병을 얻었다. 하지만 알빠노
초딩 입장에서는 외갓집과 가깝고 화장실에 욕조가 있는 상계주공아파트로 이사온 것이 좋았다.
80년대 후반 미아리 한옥을 아파트 딱지와 교환해 외가가 먼저 이곳에 둥지를 틀었고
이사온지 얼마 안 되어 외할버지가 여기서 임종을 맞으셨다.
장례는 집에서 치러졌고 태어나 처음으로 목격한 죽음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불쾌감이 들진 않았다.
그 후 사촌 동생이 태어나고 여자들이 안방에서 아기 목욕을 시키던 기억이 선명하다. 몇년 전 외할머니가 같은 집에서 돌아가셨다.
이 과정 중 자원의 편파적인 분배, 해결되지 않은 감정 등의 이유로 친족들끼리 머리채를 잡기도 했고
최근에도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다고 들었지만.. 알빠노
내가 알고있는 것은 이 오래된 대단지의 가을이 대단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등교길. 변한게 없다.












이 옆쪽으로 쭉 인공연못을 만들어 놓았었는데 메워버렸다.



천은 이천년대 들어 생겼다
90년대에는 이런 배수로가 없어서인지 아파트 물탱크 청소기간 중 온 단지가 허리까지 물에 잠겼던 날도 있었다.
room by the sea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적 풍경이었고 단지 애들과 구정물 속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던 기억이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날엔 (빗방울이 주먹만했음) 허락받고 나가서 우산없이 주차장을 뛰어다녔었는데
그러다 똑같이 소리지르면서 뛰어다니는 아저씨를 만나 동류의식을 교환한 기억이 있다.






 진정하세요